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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남쪽 92㎞.. 북한 턱 밑에서 F-18 전투기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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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남쪽 92㎞.. 북한 턱 밑에서 F-18 전투기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쳐

입력
2017.11.14 18: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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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3개 크기 갑판에서

슈퍼호넷 등 굉음내며 이착륙

지휘관 달튼 “평화 안정 위해

기회 있을 때마다 공동 훈련”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 갑판의 항공기들. 동해 로널드 레이건호 함상=국방부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 갑판의 항공기들. 동해 로널드 레이건호 함상=국방부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거대한 갑판은 축구장 3개를 합친 크기였다. 노란색 조끼를 입은 승조원이 손을 올리자 전폭기 F/A-18 슈퍼호넷은 순식간에 100여m를 달려 하늘로 솟구쳤다. 해상작전헬기 MH-60R, 적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전자전기 그라울러(EA-18G), 공중조기경보기 호크아이(E-2C) 등이 내뿜는 매캐한 연기가 갑판에 가득했다. 20여분 간 슈퍼호넷 9대, 그라울러 2대 등 11대의 항공기가 이륙하거나 착륙했다. 전투기가 이륙할 때는 엔진에서 분출하는 열기와 바람 탓에 몸이 휘청이고 굉음 탓에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CVN 76)의 훈련 상황이 13일 우리 언론에 공개됐다. 북한 도발 억제와 한미동맹의 강력한 능력ㆍ의지 과시를 위해 동해에서 11~14일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 사흘째였다. 훈련에는 레이건호와 시어도어 루스벨트호(CVN 71), 니미츠호(CVN 68) 등 미 핵 항모 3척이 참가했다. 최강 전략자산으로 꼽히는 미 항모 3척이 동시에 한반도 해상에 등장한 건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이후 처음이다. 핵 항모 3척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5~14일) 내내 한반도 주변 수역에 머물며 대통령을 호위했다.

레이건호는 서태평양에서 작전하는 7함대 소속으로 일본 요코스카에 배치된 제5항모강습단의 기함이다. 2기의 원자로를 이용한 4개의 증기 엔진으로 움직이는데, 20년 간 연료 재공급이 필요 없다. 통상 70여대의 항공기를 싣고 다녀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레이건호에 이번에는 67대의 항공기가 탑재됐다.

항모는 길이 333m에 폭이 77m, 높이가 63m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갑판에는 캐터펄트(catapult)와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 등 항공기의 이ㆍ착륙을 돕는 특수 장치들도 설치돼 있다. 캐터펄트는 원자로에서 나오는 증기를 이용, 비행기가 힘차게 뜨게 해주는 장치이고, 어레스팅 와이어는 바닥에 설치된 쇠줄로 착륙하는 항공기의 고리를 걸어 멀리 가지 않고 멈출 수 있게 보조한다.

취재진을 태운 함재기 C-2 그레이하운드 착함을 도운 것도 어레스팅 와이어였다. 항모에 내릴 때 속력이 시속 130㎞에 달했지만 이 특수 장치 덕에 즉각 멈췄다. 오전 11시 30분 경기 평택시 오산 미 공군기지를 이륙해 오후 1시 5분쯤 레이건호에 착함한 함재기에는 이상철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 전진구 해병대사령관 등이 동승했다.

13일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비행갑판 통제소에서 통제사가 갑판과 항공기를 축소해놓은 '위저보드' 상황판으로 모형 비행기를 이용해 현재 갑판 상황과 항공기 이착륙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동해 로널드 레이건호 함상=국방부 공동취재단
13일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비행갑판 통제소에서 통제사가 갑판과 항공기를 축소해놓은 '위저보드' 상황판으로 모형 비행기를 이용해 현재 갑판 상황과 항공기 이착륙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동해 로널드 레이건호 함상=국방부 공동취재단

갑판은 노란색과 초록색, 흰색, 빨간색, 검은색 등 각기 다른 조끼를 입은 승조원들로 시장처럼 분주했다. 레이건호의 테렌스 플러노이 소령은 “항모 갑판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라며 “갑판에서는 매일 특별한 도전이 연속된다”고 말했다.

레이건호가 이날 훈련을 한 곳은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92㎞, 울릉도 동북방 74㎞ 해상이다. 북한 코 앞에서 고강도 무력 시위를 한 셈이다. 이렇게 동해 NLL 인근까지 북상한 미 핵 항모가 언론에 공개된 건 처음이다.

레이건호를 지휘하는 마크 달튼 미 해군 제5항모강습단장(준장)은 함상에서 내외신 취재진과 만나 “훈련을 중단한다면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하는 우리의 역량이 약화하고 말 것”이라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우리 영향력을 줄이는 만큼 훈련 중단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례적인 항모 3척의 공동 훈련 상황과 관련해 그는 “함께 훈련할 기회가 왔을 뿐 어떤 시나리오에 기반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공동 훈련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동해 로널드 레이건호 함상=국방부 공동취재단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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