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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병, 지프 타고 MDL 돌진… 북 AK 등 40여발 총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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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병, 지프 타고 MDL 돌진… 북 AK 등 40여발 총격

입력
2017.11.14 17:3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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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L인근서 배수로 빠지자

하차 후 남쪽으로 전력질주

뒤쫓던 추격조, 무차별 발사

軍, 열상 장비로 쓰러진 병사 포착

간부 3명이 포복 접근 신병 확보

귀순병 1차 수술 후 상태 위중

북한군 병사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은 스릴 넘치는 한 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병사는 군용 지프를 타고 군사분계선(MDL)까지 돌진하다가 배수로에 빠진 차를 버리고 남쪽으로 전력질주 했고 북한군 추격조는 MDL 근처까지 따라오며 총격을 가했다. 북한군은 귀순 병사가 MDL을 넘을 때까지 권총과 AK 소총 등으로 무려 40여발의 총격을 가해 자칫하면 JSA에서 교전이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JSA 지역에 대한 작전권을 가진 유엔사령부과 우리 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13일 오후 3시 14분 북한군 3명이 북측 판문각 앞 도로에서 MDL 쪽으로 신속히 뛰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어 1분 뒤 귀순병사가 군용 지프차를 몰고 북한군 초소를 돌파했지만 차량 바퀴가 배수로 턱에 걸리고 말았다. MDL에서 불과 10m 떨어진 지점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귀순병이 차를 탄 채 MDL을 통과하려고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자 귀순병사는 차에서 내려 남측으로 내닫기 시작했다. 동시에 북한 경비병들의 총구도 불을 뿜었다. 3명의 추격조와 초소 경비병 1명은 귀순병사를 향해 무려 40여발을 난사했다.

특히 북한 경비병들은 권총뿐 아니라 AK소총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아주대병원 의료진은 귀순병을 수술하던 도중 몸속에 박힌 탄두 5발을 제거했으며 이 가운데 AK소총 탄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JSA에서 소총을 휴대하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 사항이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노재천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정전협정 규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유엔사를 통해 엄중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유엔사와 함께 JSA를 공동으로 경비하고 있는 우리 군은 총성으로만 소동을 확인을 했을 뿐 귀순장면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귀순병사가 MDL 남쪽 50m 지점에 쓰러져 있는 장면을 3시31분 열상감시장비(TOD)를 통해 포착했다. 현장이 낙엽 등으로 덮여 있어 식별하지 못하다가 뒤늦게야 쓰러져 있던 귀순병을 발견한 것이다. 이어 JSA 경비대대장을 포함한 간부 3명이 위험을 무릅쓰고 포복으로 접근해 귀순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차량으로 후송했다.

북한군이 쏜 40여발 가운데 일부는 MDL 남쪽 지역으로 넘어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JSA에서 북한의 총탄이 우리 쪽으로 넘어온 최초의 사건이 아니냐’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맞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합참 고위 관계자는 뒤늦게 “남측 지역에서 피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피탄 흔적이 발견됐다고 (송 장관에게) 보고한 것도 없다”고 확인했다.

귀순병을 쫒던 북한군 추격조가 MDL을 순간적으로 넘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사건 발생 지점이 MDL에서 불과 10m 떨어져 있고 현장에는 MDL을 가리키는 표식도 없다”며 “(북한군이 MDL을 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확한 것은 (유엔사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귀순병은 전날 1차 수술을 받았지만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는 “내장 7곳 이상이 파열됐다”며 “내장에서 발견된 관통상이 치명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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