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권력을 물려주려던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쿠데타를 직면할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6일 무가베 대통령이 에머슨 음난가그와(75) 부통령을 전격 경질하면서 군부가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영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짐바브웨 군 수장인 콘스탄티노 치웬가 장군은 이날 고위급 군 간부 90여명을 대동한 기자회견을 열고 무가베 대통령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치웬가 장군은 “해방 전쟁 참전용사 출신 정당 인사들을 겨냥한 숙청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군은 혁명을 보호하는 문제에 관해 개입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의 이같은 이례적 행보는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52)가 정치적 야욕을 드러내며 권력을 승계하려고 움직이는 가운데, 군부가 지지하던 유력 후계자 후보 음난가그와가 해임되면서 촉발됐다. 알자지라는 “부통령의 해임은 전ㆍ현직 군 인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고 전했다. 그레이스에 대한 불신도 영향을 줬다. 일부 군 장성들은 “1970년대 독립을 위해 싸우지 않았던 사람은 허용할 수 없다”며 그레이스를 공공연하게 반대해왔다.
가뜩이나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정쟁으로 나라가 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반영돼 있다. 치웬가 장군은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 내 다툼을 언급하며 “고통과 공포, 낙담만이 있다. 이 같은 승강이로 지난 5년 간 괄목할 만한 발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 초대 총리에 이어 1987년 대통령에 취임, 37년째 정권을 유지해 오고 있다. 짐바브웨 국민이 지독한 식량난과 살인적인 물가에 시달리는 가운데 매년 초호화 생일잔치를 벌이는 등 비난을 받아 왔다.
한편 경질 발표 이틀 뒤 살해 위협을 느끼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도피한 음난가그와는 귀국을 약속하며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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