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가 현대의학의 주요 난제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병 치료 연구에 총 1억달러에 이르는 지원금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14일 영국에 있는 치매발견기금(Dementia Discovery FundㆍDDF)에 5,000만달러를 기부한다고 밝힌 데 이어 알츠하이머 연구를 위한 스타트업 기업에 추가로 5,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이 지원금은 게이츠가 운영하는 자선기금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아닌 빌 게이츠 자신의 사재(私財)를 털어서 내놓는 것이다.
게이츠의 ‘치매와의 전쟁’에는 사적인 사연이 있다. 이날 자신의 웹사이트 게이츠노트(GatesNotes)에 올린 게시물에서 그는 가족 중 여러 명이 알츠하이머병을 앓아 왔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 병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정신적 능력이 떨어져 분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끔찍하다. 이것은 마치 아는 사람의 점진적 죽음을 대신 경험하는 것 같다”라며 “나이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수많은 중병이 환자들을 위협하지만 그 가운데 인류사회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병은 알츠하이머병”이라고 주장했다.
1906년 질병을 명명한 독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의 이름을 딴 알츠하이머병은 발견된 지 1세기가 넘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고통 받는 노인들은 나날이 늘고 있다. 미국에서만 매 66초마다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나타난다. 80대 중반만 돼도 발병확률은 50%에 이른다. 기억상실 증세로 인해 본인은 물론 주변인도 감정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사회적 비용도 막대해 2017년만 해도 미국인들은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여러 치매환자를 돌보기 위해 2,590억달러를 투자했다.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에는 치료는 고사하고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방법조차 없다. 다만 최근 과학자들이 뇌세포 안에 있는 타우ㆍ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잘못된 응집과 엉킴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게이츠는 “해법은 반드시 있다”면서 “어느 형태로든 치료가 가능한 것만으로 상당한 진전이 될 것이나, 궁극적인 목적은 완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10년 안에 막대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알츠하이머병 전쟁’에 낙관론을 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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