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통화 확장 정책 주문
한국 성장률 전망 3.2%로 상향
“불평등 확대 등 구조적 문제로
장기성장 궤도 복귀 못해”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지속적인 재정확장ㆍ통화확장 정책을 주문했다. 특히 한국이 앞으로 두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여전히 확장적 통화기조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2%까지 상향 조정했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IMF 아시아태평양국 과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IMF 연례협의 결과 기자회견 자리에서 “시장에서는 두 번 정도 기준금리 인상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두 번이 인상된다 하더라도 한국의 통화정책은 상당히 완화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IMF는 한국에 통화확장과 재정확장 정책을 동시에 주문했다. IMF는 이날 연례협의 결과 발표문을 통해 “재정정책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대외 불균형을 감소하기 위해 더 확장적인 기조를 보일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행은 완화적 통화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초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3.0%로 예상했던 IMF는 그 전망치를 3.2%로 상향 조정했다. IMF는 이날 보고서에서 “2017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분기의 모멘텀이 지속되며 3.2%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초 전망치를 3.0%로 상향한 것에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0.2%포인트를 높여 잡은 것이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3분기 GDP 성장률이 1.4%(전 분기 대비)로 7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IMF는 한국경제가 ‘구조적’ 문제로 지속 가능한 장기성장 궤도로는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990년대 초반 7%였던 잠재성장률이 최근에는 3% 이하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그 배경으로 ▦부정적인 인구구조 ▦생산성 증가 둔화 ▦양극화 및 불평등 심화 등을 꼽았다. 특히 “불충분한 사회안전망, 노동시장 및 대ㆍ중소기업간 이중구조가 불평등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IMF는 이어 한국경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지금 적극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노동생산성이 여전히 미국의 50% 정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상품시장 및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개혁과 여성 노동시장 참가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 ▦정규직의 유연성 확대 ▦실업자에 대한 강력하고 포용적인 사회안전망 구축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 크게 세 가지 축을 토대로 한 ‘유연 안정성’(flexicurity)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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