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반관반민 대화 참여한 美 연구원 주장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못 마치고 물러날 수 있는데 왜 트럼프정부와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지 묻는다.”
북미간 반관반민 대화에 참여해온 수전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국장 겸 선임연구원이 13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행동과 함께 특검 수사로 인해 국내에서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도 궁금해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년간 제네바와 평양, 오슬로, 모스크바 등을 오가며 북한과 비공식 대화를 이어온 디매지오 연구원은 그러면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목표가 뭔지 정말 알고 싶어 한다”며 “그가 미쳤는지 아니면 시늉만 하는 것인지, 틸러슨 국무장관과 굿캅ㆍ 배드캅 역할을 나눈 것인지, 그런 질문들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뉴스를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CNN을 24시간, 일주일 내내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읽고, 그가 하는 말과 행동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매지오 연구원의 이 같은 말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의 동향을 일거수일투족 파악하려 한다는 얘기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트럼프 정부 초기 협상 의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모순적인 발언과 위협으로 인해 북한과의 협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매지오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 북한은 새 정부를 잠재적인 출발로 보고 있다는 뜻을 전달해왔다”며 “취임식 직후 평양을 방문했을 때, (새 정부 출범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 때 당시에는 적어도 미국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기꺼이 고려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조롱하거나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북한과의 협상은 시간 낭비라고 면박을 주고, 이란 핵협정 불인증을 선언한 것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방식으로 북한과의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미국이 협정에 충실하지 않은데 왜 협상을 시작해야 하나?'라는 분명한 신호를 주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누가 대통령의 뜻을 대변하는 협상자인지 궁금해한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을 깎아 내림으로써 큰 실수를 범했다”고 말했다.
디매지오 연구원은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과 함께 북한 측과 비공개 접촉을 해왔다. 이들은 지난 7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북한 관리들은 핵무기 추구가 북한의 자위권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재앙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대화에 열려있다고 말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건 없는 미북 양자 대화를 주문한 바 있다. 디매지오 연구원은 이날 북한과의 접촉을 공개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 "나는 그런 식의 공개적인 방법으로 보통 말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정상적 시기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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