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옥'(감독 이안규)은 배우 김혜수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포스터부터 여성 누아르임을 직감하게 하는 이 영화는 많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김혜수는 또 다른 다음과 그 이후를 생각하고 있다.
김혜수는 최근 '미옥'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김혜수는 "처음 시작할 땐 여성 누아르라는 부담이 전혀 없었는데 개봉할 때쯤 돼서 포스터가 나오고 하니 부담이 확 왔다"며 "결국은 '미옥'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였던 것 같다. 터질 듯한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표현되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쉬움이 좀 있다"고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어쨌든 이야기 중심에 여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강렬한 여성 누아르를 표방했지만 시작도 전에 자칫 너무 많은 의도를 담아냈다는 평도 있다. 김혜수는 "포스터, 예고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본질인데 뭔가를 예고하고 강요하고….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이 좀 있었다"고 공감했다.
개봉일 박스오피스 2위까지 올라갔던 '미옥'은 개봉 5일째인 지난 13일 박스오피스 5위에 머무르며 아쉬운 성적을 냈다. 개봉 후 흥행 성적뿐 아니라 개봉 전 완성도에서도 배우로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김혜수는 "시도가 나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가능성이 있는 시도였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악녀' '미옥' 그리고 또 어떤 영화가 나올 거다. 여성 누아르에 대한 관객의 아쉬움이 한 번에 해결되면 참 좋겠지만, 그렇게 깜짝 놀랄 만할 영화를 모두가 기다리지만 단번에 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조금씩 나아가는 흐름이 되길 바란다"며 남성 중심적으로 흘러가는 장르에 대해 생각을 밝혔다.
남성 위주의 영화계에서 느끼는 '벽'에 대해 김혜수는 "늘 그랬기 때문에 어렸을 땐 사실 몰랐다. 다만 예전보다 배우들이 굉장히 좋아졌다. 과거에는 정말 주인공에만 집중하는, 다른 모든 배역이 주인공을 위해 존재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고르게 역량을 드러낼 수 있다"며 "여성, 남성을 나누는 게 불편하긴 한데, 아무튼 그런 면에서 정비례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은 좀 있다. 그럼에도 좀 더 관심을 갖고 보면 끊임없이 시도가 있어온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도들이 좀 더 확장되고, 좀 더 친숙해지고, 자연스럽고 마땅하게 받아 들여지길 바란다"고 진중하게 얘기했다.
지난 1986년 데뷔, 어느덧 데뷔 30년이 넘었다. 김혜수는 여전히 "연기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미옥'으로 그와 호흡을 맞춘 이선균은 김혜수가 드물게, 카메라에 나오지 않는데도 상대방을 위해 진짜 연기를 해주는 선배라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 말을 전달했을 때 김혜수의 반응, 뚜렷한 연기관이 인상적이었다.
"제가 나오지 않는 신에서도 상대를 위해 연기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후배건 선배건 그렇게 해야 해요. 제 연기만 한다는 건 말도 안 돼요. 연기는 그런 게 아니에요."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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