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간부가 교직원에 갹출
“몇 년 상납” 주장에 학교 측 부인
단국대 소속 고위 간부가 대학 이사장 생일축하금 명목으로 또 다른 교직원 간부들로부터 돈을 걷어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해당 간부와 돈을 보낸 직원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대학은 조만간 관련자 징계와 함께 경찰 수사의뢰 등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13일 단국대와 대학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이 대학 3급 이상 교직원 10여명은 경기 용인시 소재 한 고깃집에서 장충식(85) 이사장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날 자리는 교직원들 사이에서 맏형 노릇을 도맡아 왔던 주요 보직 간부 A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리에 앞서 참석 교직원들에게 “이사장 생일도 됐는데, 축하금 조로 조금씩 돈을 모아 전달하자”고 제안했고, 이 말에 따라 직원들은 100만원씩 A씨가 알려준 계좌로 각자 돈을 보냈다고 대학 측은 파악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집안 사정 등으로 돈이 필요했던 A씨가 이사장을 핑계로 돈을 걷은 것이고, 이사장에게 준 게 아니라 실제로는 이를 가로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A씨가 작년에도 올해처럼 같은 방식으로 모금을 제안해 교직원으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사실도 확인했다. A씨는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교직원들로부터) 돈을 입금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모금액 가운데 일부는 급전이 필요해 돌려주지 못했고 일부는 최근에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학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특히 교직원들 사이에서는 “이사장에게 상납을 하기 위해 돈을 모은 건데, 학교가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대학 관계자는 “장 이사장이 돈을 받은 게 맞고, ‘이사장에 대한 상납’은 지난 몇 년간 계속 반복되는 일“이라며 “A씨와 학교 측이 그릇된 충성심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은 이런 의혹에 대해 “이사장과 학교에 의도적으로 흠집을 내기 위해 몇몇 사람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장 이사장은 “생일 축하 자리에서는 돈을 일절 받은 적이 없다”며 “교직원들이 장학기금 명목으로 돈을 내겠다고 한 적은 있지만 그 역시 사양했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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