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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흡입력으로 연대 의지 회복시켜"

입력
2017.11.14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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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문학상 심사위원인 김현(왼쪽부터) 우찬제, 신수정, 송종원, 황예인, 전성태, 하성란씨가 지난 6일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본심에 오른 10편을 두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한국일보문학상 심사위원인 김현(왼쪽부터) 우찬제, 신수정, 송종원, 황예인, 전성태, 하성란씨가 지난 6일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본심에 오른 10편을 두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심사 대상이었던 10편 중 본심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된 작품은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와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두 작품으로 수월하게 논의의 대상이 좁혀진 상황에서 지난 예심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본심에 올릴 작품을 추리며 각자 서너 편씩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이 두 소설은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이미 그때 본심의 어려움이 예정되었는지도 모른다.

두 소설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여러 해에 걸쳐 씌어진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과 특정 시기에 연재를 거쳐 출간된 장편소설이라는 형식적 차이를 충분히 감안해야 했고, 자신의 세계를 우뚝하게 구축한 15년차의 중견 소설가(정이현)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는 7년차의 젊은 소설가(정세랑)라는 점 또한 신중하게 고려해야 했다. 그 차이와 구도만으로도 끝없는 논쟁이 가능했기에 심사위원들은 상대방을 강하게 설득하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돌려 생각해 보는 등 오랜 시간 토론을 이어 갔다. 그러나 문학상의 심사에서 종국에는 오로지 작품이 안겨준 문학적 충격만이 남는 법, 심사위원들은 최초에 작품을 읽으며 느낀 점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의견을 모아 나갔다.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작가가 10여년 만에 발표한 소설집으로 친절과 예의로 포장된 서늘한 위선의 세계를 형상화해 냈다. 정이현이 그간 보여 주었던 특유의 냉정한 시선은 다소 희미해졌으나, 이는 작가의 삶이 세월과 함께 성숙해 가면서 오히려 세계를 바라보고 감싸안는 품이 넓어졌음을 보여 주는 신호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이전의 정이현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한 감동마저 불러오며 이 작가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 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 주었다.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은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연결된 50여명의 인물들을 모두 등장시켜 각자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장면화해 낸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의 가독성과 흡입력은 매우 강력한데 이를 가능케 한 옴니버스 형식과 모든 인물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결말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렸다. 그러나 이 형식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들이 존재하는 이 시대에 소설적으로 대응하려는 작가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에 좀 더 힘이 실렸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기억해 내고 호명하며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감각과 연대의 의지를 회복시키는 작가에게 신뢰를 보내며, 심사위원들은 2017년 한국일보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을 선택했다.

황예인 문학평론가·출판사 스위밍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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