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병기 피의자로 소환 조사
남재준ㆍ이병호 “朴 지시로 상납”
3명 모두 주중 영장 청구 검토
적폐 수사 박근혜ㆍMB 정점 겨냥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들이 모두 사법처리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이들의 혐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닿아 있다. 앞서 불법 정치관여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윗선’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두 전직 대통령이 잇달아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강도를 더해가는 전(前), 전전(前前) 정권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적폐 수사는 점점 정국의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13일 이병기(70) 전 국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 시절 5,000만원이던 청와대 상납금이 이 전 원장 때 1억원으로 늘어난 경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으로부터 청와대 측으로 특수활동비가) 건너간 걸 부인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남 전 원장과 이병호 전 국정원장도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상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받고 있는 국고 손실과 뇌물 공여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주중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 세 명 모두에 대해 동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돈을 받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이재만ㆍ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구속된 점을 감안할 때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영장 발부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의 신병확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와 맞물려 있다. 국정원 관리ㆍ인사권자인 박 전 대통령 요구로 특수활동비를 상납해 뇌물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검찰은 남 전 원장 때부터 이병기 전 원장을 거쳐 마지막 이병호 전 국정원장 때까지 국정원이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40여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국정원장인 남 전 원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와 재판에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위장 사무실을 만들고 허위 증언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조사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측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은 조윤선ㆍ현기환 전 정무수석에 대한 조사도 필요할뿐더러 대기업 등을 압박해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 정점에도 박 전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 조사 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최근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 등과 관련해 김관진 전 장관이 구속됐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 시절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민간인 사이버 외곽팀장을 이끈 혐의로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 적폐 수사가 두 정권의 최정점인 대통령들에게 귀결되는 모양새"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논란이 남지 않도록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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