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명 이상 사망, 7000명 이상 부상
시골마을 흙벽돌 가옥들 무너져
주민들 여진 공포로 거리서 밤샘
도로 유실 탓 軍 구조 활동 난항
아라비아 등 4개 지각판 교차점
이란과 이라크 국경지대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4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왔다. 한밤중에 일어난 대형 재난 여파로 중동 대부분 지역이 들썩일 만큼 지진의 위력은 컸다.
12일(현지시간) 이란 영자 일간 테헤란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18분쯤 이란 북서부 케르만샤주와 이라크 북동부 쿠르드자치정부 관할인 술라이마니야주 접경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 규모를 7.3으로 측정했으며, 진앙은 술라이마니야주 할아브자에서 남남서쪽으로 32㎞ 지점, 깊이 25㎞로 조사됐다. 3시간 뒤에는 케르만샤주에서 규모 4.5의 여진이 뒤따랐다.
이란 반관영 통신 타스님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 이날 지진으로 이란 쪽에서만 사망자가 407명(13일 오후6시 현재), 다친 사람은 6,7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란 적신월사는 이재민이 7만명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라크에서도 술라이마니야주 다르반디칸 지역을 중심으로 최소 7명이 숨졌고, 500명 이상이 부상했다. 피해는 이라크 국경에서 15㎞ 떨어진 인구 3만명의 사르폴 에자하브 및 에즈겔레 지역에 집중됐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여러 마을에서 전기가 끊긴 데다 여진 공포 탓에 주민 수천명이 강추위에도 거리로 나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전했다. 이라크 할아브자에서는 12세 소년이 지진으로 파손된 전기 케이블에 감전사했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이란 정부와 케르만샤 주정부는 즉각 3일간을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군대까지 투입했으나 구조ㆍ구호 활동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압돌레자 라흐마니 파즐리 이란 내무장관은 국영TV와 인터뷰에서 “재난이 밤늦게 닥치고 일부 도로도 유실된 상태라 헬기가 피해 지역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외딴 마을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오지가 많은 지역 특성상 가옥들이 지진에 취약한 흙벽돌로 지어져 매몰자로 인한 희생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명서를 통해 “매우 비통한 심경이며, 이번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을 위해 모두가 하나가 돼 기도를 드리겠다”며 애도를 표시했다.
이번 강진은 진앙과 가까운 터키는 물론, 멀리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전 지역에서 진동을 느낄 정도로 여파가 셌다. 이란에서는 네 번째로 큰 서부 도시 타브리즈를 포함해 적어도 14개 주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반관영 ILNA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진 직후 자다가 깜짝 놀라 밖으로 뛰쳐나온 중동 각국 주민들의 영상과 경험담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란은 아라비아와 유라시아, 아프리카, 인도 등 4개 지각판이 맞물리는 곳에 위치해 대형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대표적 나라로 꼽힌다. 1990년 북서부 카스피해 연안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4만여명이 숨졌고, 2003년에는 남동부 역사도시 밤에서 3만여명이 사망했다. 가장 최근인 올해 5월에도 북동부 북호라산주에서 규모 5.7의 지진으로 3명이 숨지는 등 이란 전역이 지진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 AFP통신은 “이번 지진도 아라비아ㆍ유라시아판이 맞닿은 길이 1,500㎞의 단층선을 따라 이어졌다”며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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