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ㆍ노동계 “별도로 전태일기념관 추진”
민주당 “노사평화의 전당과 전태일기념관 동시 추진 바람직”
대구시 “노사평화의 전당만 추진”
대구가 고향인 노동운동의 기수 전태일(1948∼70) 열사의 사망 47주기를 맞아 ‘전태일기념관’ 추진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으나 대구시와 시민단체, 정치권이 모두 입장이 달라 표류하고 있다.
대구참여연대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등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전태일 47주기인 13일 “2회 전태일 대구시민노동문화제를 16∼24일 열겠다”며 “이번 문화제에서는 청년 노동과 관련한 영화제와 토론회 등을 통해 전태일기념관 건립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전 열사가 15세부터 서울로 떠나기 전까지 3년간 살았던 대구 중구 남산동 한옥 생가를 매입해 원형을 보존하고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태일이 살았던 생가가 아직 남아 있지만 주변이 낙후하고 건축물이 위험 단계에 이르러 있다”며 “ “대구시가 추진 중인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과는 별개로 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전태일 기념관 건립으로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대구 이미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TK특위도 지난 8월 전태일기념관 건립 추진 계획을 밝혔으나 시민단체와는 온도차를 보였다. 민주당에 따르면 전 열사가 살았던 남산동 일대를 ‘전태일로’로 지정해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전태일 평전을 쓴 대구 출신 조영래 변호사도 함께 재조명하자는 의견을 내비쳤다. 전태일기념관은 대구 대표 관광지로 발돋움한 김광석 거리와 인근 2ㆍ28 민주운동기념회관과 연계해 대구의 정체성을 살리는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홍의락 의원은 “노사평화의 전당과 전태일기념관 건립을 별개로 진행한다면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며 “노동을 주제로 하는 두 건물을 하나로 묶어 추진하는 것이 적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내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 부지에 ‘노사평화의 전당’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태일기념관’ 건립 계획은 없다. 이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들의 눈 밖에 날 수 있고, 대구 출신이지만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한 경력도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중구 청계천변 건물을 매입해 이달 말 ‘전태일기념관’ 조성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한다. 전태일은 1970년 11월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봉제공으로 일하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 뒤 분신했다.
김채원 대구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장은 “시민단체가 전태일기념관 건립을 주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곧 전태일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 추진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