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정치인으로 여겨지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갈라 만찬에서 사랑 노래를 불러서 화제가 되고 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가수 필리타 코랄레스와 듀엣으로 "이카우(Ikaw·당신)"를 불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노래를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며 "미국 최고사령관의 명령(order)"에 마이크를 잡게 됐다고 웃었다.
흥미로운 점은 노래 가사다. 타갈로그어 가사 일부를 번역했다.
‘당신은, 시간의 매 순간마다
제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에요
제 심장이 뛰는 걸 멎게 할 수가 없어요
당신은, 제가 갈망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마음을 알아차린 이후로부터
제 마음은 당신을 매일 사랑하고 있어요‘
미국과 미국의 과거 식민지였던 필리핀은 2차 대전 이후 전략적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무슬림이 다수인 남부 출신 두테르테 대통령의 평소 반(反)미 성향과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인해 양국 관계는 긴장 관계를 보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무역투자포럼에 참석했을 때 "미국과 결별을 선언한다"며 "친구야 굿바이"라고 말했다. 또 "평생에 미국은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폭탄 선언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후 추진하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도 양국 관계가 멀어지게 한 요인이었다. 이로 인해 초법적 살인이 잇따르면서 국제 인권단체에선 비판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약과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로 출국하기 전 '마약과의 전쟁'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인권문제를 제기한다면 "개XX라고 욕해주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권 문제를 경시한다고 미국에서 비판을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마약 문제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내고 있다며 높게 평가했다.
양국의 정치 상황과 별개로 거친 발언과 노골적인 표현, 마초 성향으로 유명한 두 정상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필리핀 마닐라에서 두테르테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기 전 취재진에게 "우린 훌륭한 관계를 가졌고,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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