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녹지 조성 않고 공사 강행
피해주민, 증설공사 중단 촉구
市 늑장 행정ㆍ주민 무시 지적
전남 여수산단 기업들이 녹지를 공장용지로 바꾸면서 오염물질을 막는 대체녹지 조성사업은 뒷전이고 공장용지 확보에만 열을 올려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여수시와 기업의 늑장 행정을 지적하고 대체녹지 조성과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증설공사 중단 서명 운동과 함께 법적 대응을 추진할 계획이다.
13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등 여수산단 6개 기업은 2조6,000억원을 투입, 2018년 말까지 산단 주변 녹지 66만㎡를 개발해 공장용지를 증설한다. 이중 롯데케미칼, 여천NCC, KPX라이프사이언스 3개 기업은 올해 4월부터 야산 벌목과 토사 반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여수산단과 인접한 주삼동 주민들은 “여수시와 대기업들이 대체녹지 조성과 환경오염 저감 시설은 추진하지 않고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공장부지 증설사업만 강행하고 있다”며 공사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공장용지 증설공사 주변은 여수시 주삼동, 묘도, 삼일동 주민 8,4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삼동 환경대책위원회 등 주민 대표단은 진정서를 통해 “공장으로부터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을 차단하는 대체녹지부터 조성한 뒤 공장을 지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산을 깎고 있다”며 “주민들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는 여수산단의 발암물질을 마시고 있는 실정이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 “산을 깎아 나온 토사를 법과 규정에 따라 대체녹지 조성에 쓰지 않고 자신들의 공장부지 등 엉뚱한 장소에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은 토사를 중흥매립지와 신북항 방파제 조성공사 현장 등에 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녹지 해제로 여수산단 6개 기업에 돌아갈 개발이익금은 1,000억원대에 이른다. 여수시는 이중 절반가량인 505억원을 해당 기업들로부터 환수한 뒤 대체녹지 조성비에 250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 운영할 계획이다.
주민대표단은 녹지해제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여수시를 비롯해 청와대, 감사원 등에 제출하고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진정서에는 500여 명의 주민이 서명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오염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세우고 대체녹지 조성 과정을 주민들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수시는 주민 반발이 커지자 뒤늦게 대체녹지 실시설계를 지난 10일 승인하고 녹지벨트 조성사업 부지 토지보상 등 행정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