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신사옥 준공 마쳐 20일부터 입주
저층엔 상가 대신 미술관 등 채워
#2 건물 안 정원 ‘루프가든’ 선봬
한중 화해 발맞춰 재정비 기회로
서울 용산에 눈부시게 흰 건물이 새로 지어져 불을 밝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세 번째 용산 시대를 열 신사옥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울 용산구 신 본사 준공이 완료돼 임직원들이 20일부터 입주를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건물을 짓는 동안 직원들은 서울 청계천로 시그니쳐타워에서 근무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9.7%나 감소하는 등 올 한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잔뜩 움츠리고 있었는데 마침 새 건물로 입주하는 시점에 한중 관계가 개선되면서 부활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새 사옥에서 제 2의 전성기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과 용산의 인연은 깊다. 창업자인 서성환 선대회장은 1956년 지금의 본사 부지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서 사업의 기틀을 세웠고, 사업 확장에 맞춰 1976년 10층 규모의 신관을 준공했다. 다시 그 자리에 달항아리 백자를 닮은 순백의 새 건물을 올리고 새 출발을 하는 것이다. 1976년 신관 건립 당시 매출 350억원이었던 회사는 지난해 매출 6조6,976억원의 글로벌 화장품 회사로 거듭났다.
새 건물은 지하 7층, 지상 22층, 연면적 18만8,902.07㎡(약 5만7,150평) 규모로 7,000여 명이 함께 근무할 수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를 맡았다. 치퍼필드는 조선의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건물 한가운데를 통째로 비워놓았고 단아하고 간결한 형태로 외벽을 표현했다.
가장 큰 특징은 건물 안에 자리 잡은 세 개의 정원, '루프 가든'이다. 항아리의 텅 빈 공간처럼 건물 내부를 휴식의 공간으로 비워놓은 것이다. 5층과 11층, 17층엔 위로 5~6개 층을 비운 중정(中庭)을 만들었는데 이는 가운데 빈 공간과 연결된다.
건물의 키워드는 ‘연결’이다. 곳곳에 자연과 도시, 지역사회와 회사, 고객과 임직원 사이에 자연스러운 교감과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1~3층의 ‘아트리움’이 대표적이다. 보통 건물의 저층부엔 상업시설에 대거 들어오기 마련인데, 아모레퍼시픽 새 사옥엔 미술관, 전시도록 라이브러리, 대강당, 고객 접견실, 브랜드 체험관 등 공공 성격이 강한 공간이 조성됐다. 서경배 회장은 설계 단계부터 새 사옥의 저층부를 공공 공간으로, 직원들과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선물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5층 이상은 복지 공간과 사무 공간이다. 용산 신 본사에는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비롯해 아모레퍼시픽과 에뛰드, 이니스프리, 에스쁘아, 아모스프로페셔널, 에스트라 등 주요 관계사 임직원 3,500여 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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