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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마다 웃음소리”… 북한, “압박 안 통한다”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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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마다 웃음소리”… 북한, “압박 안 통한다” 허세

입력
2017.11.1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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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선전매체 “오히려 자강력 증대 효과”

하지만 기관지 사설로 연일 증산 독려에

전방위 제재 비난… ‘버티기 고달픔’ 방증

9월 23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반미대결전 총궐기 군중집회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9월 23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반미대결전 총궐기 군중집회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잇단 핵ㆍ미사일 실험으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에 직면한 북한이 한미의 제재 효과론을 반박했다. 제재가 분발을 자극해 도리어 자신들의 군사력 강화와 경제 혁신을 도왔다는 게 북한 측 강변이지만 북한 형편이 갈수록 곤란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정황이 적지 않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13일 개인 명의 논평에서 “최근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반공화국 제재 압박 책동을 그 어느 때보다 악랄하게 벌리면서 마치 ‘대북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며 “이것은 우리의 노도와 같은 승리적 진전에 질겁한 자들의 궁색한 넋두리인 동시에 내외 여론을 기만하기 위한 비열한 술책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언급한대로 우리는 북한 경제에 대한 최대 압박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도 2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각종 대북 제재에도 ‘그럭저럭 버티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북 제재가 철저히 이행되면 내년 이후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ㆍ후반 대량 아사 시기) 수준의 경제난이 도래해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논평은 이어 “사실 우리 공화국이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끈질긴 제재 압박 책동을 받아온 지는 장장 반세기 이상에 달한다”며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우리 천만 군민으로 하여금 더욱 더 분발하여 자강력을 더욱 증대시키는 결과만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면 우리 군대와 인민은 미국의 날로 가증되는 제재 압박 속에서도 주저앉거나 동요한 것이 아니라 더욱 힘차게 내달려 자체의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한 강력한 자립적 민족 경제를 일떠세웠고 우리 공화국을 인공지구위성 제작 및 발사국,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로켓까지 보유한 군사 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려 세웠다”고 자랑했다.

또 “지금 나라의 이르는 곳마다 생산 정상화의 동음 소리가 높이 울려 나오고 인민 경제 모든 부문에서 혁신적인 성과가 연일 이룩되고 있다. 집집의 창문마다에서 웃음 소리, 노래 소리가 랑랑히 울려 나오고 그 어디서나 로동당 만세 소리, 사회주의 만세 소리가 하늘땅을 진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공화국의 엄연한 현실”이라며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우리의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대북 제재 효과 타령을 늘어놓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귀머거리 제 좋은 소리 하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제재 압박 책동은 어리석고 부질없는 짓이며 궁극적으로는 파산을 면치 못하게 돼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 관영 매체들의 집중 보도 내용과 정권의 동향이 북한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시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황금산, 황금벌, 황금해’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미제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핵 전략폭격기, 핵 전략잠수함을 3대 전략자산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3대 전략자산은 황금산, 황금벌, 황금해”라며 “황금산, 황금벌, 황금해의 3대 전선을 다 같이 밀고 나가 온 나라 강산에 행복과 기쁨에 넘친 인민의 웃음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게 하자”고 호소했다. 황금산, 황금벌, 황금해는 각각 과수업과 농업, 수산업에서의 대풍을 의미한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7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고 자력갱생을 통한 제재 극복을 강조한 뒤 경제 분야에서의 성과를 줄기차게 독려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1면 사설에서 “불리한 기상 조건으로 수력 자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전력ㆍ석탄 전선은 적대 세력들의 초강도 제재를 짓부수는 최전선과 같다”고 한 데 이어, 31일 1면 사설을 통해서는 “인민 생활 향상에서 질적인 비약을 이룩하자면 경공업 전선에서 증산과 혁신의 동음을 세차게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10일 1면 사설은 난국 타개를 위한 주민 결속 강화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당 간부들의 노력을 역설했다.

김 위원장이 신발 공장(10월 19일 북한 매체 보도), 화장품 공장(10월 29일 보도), 자동차 공장(4일 보도)을 잇달아 시찰하는가 하면, 7일에는 ‘경제사령탑’ 격인 내각이 당 전원회의 결정 이행을 위한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고 강화된 대북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 정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도 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대북 제재 강화로 외부 공급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증산과 기술 혁신으로 내수를 떠받치며 주민 동요를 막는다는 게 북한 정권의 제재 버티기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비난도 연일 전방위다. 지난달 20일 북한 제재피해조사위원회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주민 생활에까지 해를 끼치고 있다며 “무기 개발을 막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고립ㆍ질식시키고 우리 제도를 전복시키려는 것이 제재의 목적”이라고 성토한 뒤, 국제사회의 제재를 겨냥해 “인도주의 이념을 짓밟는 극악한 인권 유린 행위”(2일 제네바 유엔사무국 및 국제기구 주재 북한 상설대표부 공보문)라거나 “반인류적ㆍ반문명적 행위”(3일 유네스코 총회에서 북한 대표단장)라고 질타하는가 하면, 우리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와 국제기구의 금융 제재를 향해 힐난을 퍼붓기도 했다. 제재 극복의 고달픔을 과격한 반응으로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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