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친회를 사칭해 가짜 족보를 팔아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사기및방문판매등에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유모(61)씨와 박모(65)씨를 구속하고 출판업자 박모(58)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대동보감ㆍ종사보감ㆍ유적보감 등 족보를 위조ㆍ판매해 총 44억 6,25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출판업자 박씨는 유씨에게 정보를 제공받아 제본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게시된 자료를 부분 발췌ㆍ편집해 가짜 족보를 출판해 유씨에게 공급한 혐의다.
이들은 학교 동창회 명부나 종친회 명부 등으로 피해자들의 연락처를 확보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ㆍ이ㆍ박ㆍ최씨 등 71개 성씨의 종친회를 사칭해 “족보를 팔아주면 문중 사업에 도움이 된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에게 속아 가짜 족보를 구입한 피해자만 2만 685명에 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서울과 경기지역 일대에 5개 지사를 설립하고 운영한 ‘종사편찬위원회’와 ‘한국문중역사편찬회’도 종친회와 전혀 관계없는 위장 사무실이었다. 유씨 등 24명은 비슷한 사기 범행을 저지르며 알게 된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종친회, 문중 관계자라며 대종보감ㆍ종사보감을 구매해달라는 전화를 받으면 정확히 확인한 뒤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며 “책자 수령 후에도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