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두달간 도발 멈추고 숨고르기
트럼프 방한에도 낮은 수위 대응
“트럼프 상황 관리에 성공적” 평가
북미간 물밑 접촉서 교감설까지
美가 北 테러지원국 지정할지 주목
中, 북한에 고위급 대표단 보낼 수도
미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에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북미 상호간에 발언 수위를 낮추는 양상이 지속되면서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잇따라 대화와 관련한 언급이 나오면서 북핵 위기 국면이 전환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다.
북한과 미국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정면 충돌도 불사하던 분위기는 10월을 거치면서 확실히 누그러졌다. 특히 북한은 9월 15일 화성-12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두 달간 도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폭군’으로 부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일 국회 연설에 대해서도 예상보다 낮은 수위로 대응했다. 북한이 1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망발’ ‘악마화’라고 맞대응 했지만, 앞서 9월 김정은이 직접 성명을 내고 ‘초강경 조치’를 위협하던 것에 비하면 수위가 한참 낮다.
북한의 이례적 움직임은 미국의 고강도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실제 미국이 항공모함 3척을 동해상에 투입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무력시위를 벌이는 데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12일 “대북 강경발언을 자제하되 군사적 압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관리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북한 문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을 언급하다 “특정한 움직임을 보고 있다”고 밝혔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10일 기자들에게 2~3개의 대북 채널까지 거론했다.
이에 북미 간 물밑 접촉에서 모종의 교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올해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라도 나선다면 미국과는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는 셈”이라면서 양측이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도달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앞서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달 30일 미 외교협회 세미나에서 “북한이 60일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면 북미가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관건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성의를 보인다면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역할이 핵심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중이 11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키로 합의한 대목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조만간 북한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중국이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북한에 메신저를 보내거나, 12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법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북한이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대화 국면으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북미간 외교채널이 열려있다고 해서 김정은을 비롯한 지도부가 미국의 요구에 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강 부원장은 “북한이 대화에 나설 명분이 없다면 숨 고르기를 거쳐 도박을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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