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공사, 뉴델리행 노선 일시중단도
인도 수도 뉴델리가 초미세먼지 탓에 ‘가스실’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짙은 스모그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 1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대기오염 상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태인데도 정부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급기야는 일부 항공노선이 중단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12일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뉴델리가 속한 델리주 정부는 대기오염 대응을 위해 차량 홀짝제를 시행하려다 이를 결국 취소했다. 애초 주정부는 이 지역 등록차량 1,000만대 가운데 650만대 정도인 이륜차(오토바이), 여성이 운전하는 사륜차 등을 홀짝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려 했는데, 전날 환경법원이 “예외를 인정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1일 최소 300만명의 승객을 대중교통으로 더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차량 홀짝제 시행 자체를 보류하게 된 것이다.
주정부가 차량 시내 진입을 막고자 뉴델리 주차요금을 평소 4배로 인상한 조치도 환경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주차장 업자들만 이득을 볼 뿐, 운전자들은 도로에 불법주차를 할 것”이라면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정부로선 주먹구구식 대응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늑장 조치’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지난 7일 뉴델리 일부 지역에서 PM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가 1,000㎍/㎥로 세계보건기구(WHO) 일평균기준치인 25㎍/㎥의 40배를 기록했는데도, 1주일이나 지나서야 차량 홀짝제 시행에 나선 것은 ‘전시행정’이 아니냐고 환경법원은 반문했다. 아울러 주정부는 펀자브주 등 주변 농촌지역에서 추수가 끝난 뒤 다음해 농사를 위해 논밭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재가 뉴델리 대기를 악화시킨다며 인근 주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지난 7일 이후 뉴델리 대기오염은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 총리가 트위터에 “가스실 같다”고 언급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시내 6,000여개 학교에선 휴교령이 내려지는 등 비상이 걸렸다. 9일부터 스모그가 다소 옅어지긴 했으나, 11일 오후에도 남부 시리포트 인근 지역 PM2.5 농도는 여전히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515㎍/㎥로 측정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 유나이티드항공(UA)은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에서 출발하는 뉴델리행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유나이티드항공 측은 “공중보건의 비상사태에 처한 뉴델리 지역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이번 주 대기 상태를 지켜보면서 운항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은 “미국의 다른 항공사들이 뉴델리행 운항 중단에 나설지도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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