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 주장에 검찰 침묵 모드
순리대로 수사 진행 의지 표명
김관진 구속에 윗선 수사 탄력
MB의 청와대 참모진 조사 본격화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12일 자신을 조여오는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 성격으로 보고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을 두고 검찰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침묵 모드’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수순대로 수사를 다져나간다는 의지를 에둘러 내비쳤다.
검찰은 이날 “정치보복이 의심된다”거나 “손발을 자르겠다고 도끼를 드는 격”이라는 이 전 대통령과 측근 발언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활동을 보고 받고 지시한 의혹에 대해 “상식에 안 맞는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대목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그러면서도 이 전 대통령의 직접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MB 청와대 쪽으로 조사를 차근차근 수순대로 벌일 방침이다. 지난 11일 새벽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윗선’ 규명 수사는 한층 탄력 받게 됐다. 검찰은 13일부터 김 전 장관의 범죄사실을 세밀히 입증해가는 조사를 하면서 청와대 차원의 개입 의혹까지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김 전 장관은 2012년 총ㆍ대선을 앞두고 군 사이버사의 여권 지지와 야권 비난 활동을 지시한 혐의(군 형법상 정치관여 등)를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이 “군 사이버사 활동 보고와 인력 증원 등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친필 서명한 ‘사이버사령부 관련 BH(청와대) 협조 회의결과’(2012년 3월) 등 확보한 청와대 보고문건을 토대로 김 전 장관에게 청와대와 이 전 대통령의 관여와 불법 공작활동 인지 여부 등을 캐물을 계획이다.
이후 검찰은 군 사이버사 활동을 보고받은 당시 MB 청와대 참모진도 머지 않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사 작전 업무 등에 관한 청와대와 국방부간 회의 요청 인사로 문건에 적시된 김태효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대표적인 조사 대상자로 지목되고 있다.
검찰은 또 MB정권 국정원의 민간인(사이버 외곽팀) 댓글부대 운용 등 원세훈 전 원장이 이끈 공작활동에 이 전 대통령이 ‘배후’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이 잦은 독대를 할 만큼 이 전 대통령 최측근인 데다, MB 정권 초기 위기를 부른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국정원이 2009~2012년 외곽팀 30개를 운용하며 친정부적 여론전을 벌인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원 전 원장 지시로 정권 비판적 인사 82명에 대해 방송 퇴출 등 압박활동을 한 점도 청와대 개입 정황이 문건으로 확인돼 이 전 대통령 관여 여부까지 검찰은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 전 대통령 조사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MB 청와대의 다스(DAS) 투자금 회수 개입 의혹’ 사건에서도 핵심 증거가 추가로 드러난다면 이 전 대통령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전직 대통령 조사를 한번에 진행한다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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