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논란을 빚어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일부 분야에서 폐지된다. 공정위는 12일 ‘법 집행체계 개선 테스크포스(TF) 중간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공정위는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해 지난 8월 활동을 개시한 TF의 입장을 적극 수용해 국회 법안 논의 시 공정위 의견으로 제출키로 했다. TF가 폐지키로 한 전속고발권은 관련 6개 법률 중 가맹법ㆍ유통법ㆍ대리점법 등 이른바 ‘유통 3법’ 해당 분야다. 전속고발권의 전면 폐지보다는 점진적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포석이다.
전속고발권은 가격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무분별한 고발로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걸 막자는 취지로 1980년 도입됐다. 하지만 공정위가 고발권을 적극 행사하지 않아 오히려 기업의 부정행위가 방조되는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14년부터 공정위의 고발권 독점에 대한 비판을 감안해 감사원 중소기업청 조달청 등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고발요청권’을 부여하기도 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전속고발권 자체의 폐지를 공약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TF 보고서 설명에서 “유통분야의 갑을관계에서 비롯하는 불공정행위 근절이 시급하다”며 “위법성 판단 시 고도의 경쟁제한 효과 분석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유통분야의 전속고발권은) 폐지하기로 결론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즉각 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다만 TF는 하도급법 등 다른 전속고발권 적용 법률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부담 가중 우려 등을 감안해 추후 논의키로 했다. TF는 이밖에 피해 소비자나 기업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불공정거래행위 중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 공정거래법 위반 과징금 2배 상향 등도 요청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하도급법 등 현재 규정된 법률 외에, 공정거래법과 유통업법에도 신규 도입토록 의견이 모아졌다. 공정경제 정책에 반발하는 일부 야당의 태도를 감안할 때, 이번 TF보고가 쉽사리 법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아무리 기업 의욕을 고취시킬 필요가 크다고 해도, 경쟁시스템 작동을 방해할 정도에 이른 오랜 불공정행위를 묵인할 수는 없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도 그 점을 분명히 인식해 관련 입법에 성실히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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