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재단행사에 동원
“키ㆍ몸무게 따져 뽑고 연습”
“하루 2시간 이상 추가근무
부서장이 수당 신청 막아”
“간호사들이 엉덩이살과 가슴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옷을 입고 이사장과 고위간부들 앞에서 장기자랑을 해야 하는데, 기쁨조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눈물만 납니다.”(A간호사)
“모든 부서 사람들이 하루 2시간 이상 시간외 근무를 하지만 부서장들이 수당 신청은 못하게 막아요.” (B간호사)
12일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한림대 일송재단 가족이 운영하는 6개 병원(한강성심병원, 강남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동탄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 소속 직원들이 열흘간 150여건의 직장갑질 제보를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충격적인 경우는 간호사들을 강제로 야한 옷을 입게 하고 춤을 추도록 재단 행사에 동원한 것. C간호사는 “신입 중 키와 몸무게 등 몸매의 조건을 따져 뽑아 놓고 밤낮 없이 (춤) 연습을 시킨다”며 “강압적인 분위기여서 싫어도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조직적으로 추가근무를 시키고 수당 지급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B간호사는 “근로계약서상 업무시간은 오전8시30분~오후5시30분이지만 실제 근무는 오전7시30분~오후6시30분”이라며 “모든 부서 사람들이 하루 2시간 이상 시간외 근무를 하지만 부서장들이 수당 신청은 못하게 막는다”고 말했다. D간호사는 “의료기관평가인증시 환경관리 명목으로 조기출근 후 청소를 시키는데, 간호사들이 환자 침대 매트리스까지 들춰서 닦고 휠체어의 도색페인트 작업도 했지만,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 지급은 없었다”고 했다.
강동성심병원의 경우, 2014년부터 조기출근 강요와 시간외수당 미지급 등 240억원의 임금을 체불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다른 5개 병원 소속 E간호사는 “강동 사태 이후 시간외 근무를 체크한 서류를 없애고 간호사 근무표를 수정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했고, F간호사는 “최근 사내 프로그램에서 강동성심병원이 사라졌고 재단에서 ‘관련 없는 곳’이라고 말하라고 지시한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5개 병원에 대해서도 임금체불 의혹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직장갑질119 스태프인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제보자들이 공통적으로 증거인멸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고용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대한병원협회에 협조공문을 보내 간호사를 병원행사에 동원해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등 부당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이달 말 발표할 간호인력수급 종합대책에 인격적 처우 권장안을 담기로 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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