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공무원은 ‘철밥통’(鐵飯碗)으로 통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공시(공무원시험) 열풍이 뜨겁다. 웬만한 인기 직무ㆍ직종의 경쟁률은 수백~수천 대 1을 넘어선다. 안정된 직장을 찾는 중국 젊은이들 사이의 공시 열풍은 중국의 또 다른 별칭이자 도전과 창의성을 떠올리게 되는 ‘창업 천국’이란 말을 무색케 한다.
12일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진행된 2018년 궈카오(國考: 공무원시험) 응시 마감 결과 총 156만여명이 접수했고, 이 중 138만3,000명이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이는 지난해 서류심사 통과자보다 4만5,000여명이 많은 역대 최대규모로 평균 경쟁률은 49대 1이었다. 궈카오 응시자 수는 2010년도 144만명, 2013년도 150만명, 2014년도 152만명으로 늘었다가 2015년도 140만9,000명, 2016년도 139만5,000명으로 하락세를 보인 뒤 2017년도에 148만6,000명으로 다시 늘었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인기직무는 중국계획생육(산아제한)협회 국제협력부 주임직으로 2,666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최고 경쟁률 9,837대 1(중국민주동맹 중앙사무청 의전처 주임)보다는 낮지만 1명을 뽑는 자리에 수천명이 몰려든 것이다. 중앙 당ㆍ군 기관은 평균 107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세무ㆍ검역 등의 직무와 관련한 중앙국가행정기관의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지원자가 전무한 직무도 119개에 달했다. 대다수가 성(省)급 이하의 중앙국가행정기관 직속기구였다. 지방정부의 말단 법 집행 자리에는 지원자가 거의 없는 셈이다. 가장 인기가 없는 곳은 랴오닝(遼寧)성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였다. 궈카오 준비기관인 화투(華圖)교육 관계자는 “환경이 좋지 않고 업무가 고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궈카오 열기는 한 해 대학 졸업자가 무려 750만명에 달하는 현실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에서 양질의 직장에 취직하기가 점차 어려워지면서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후 강력한 부패 척결로 공무원의 인기가 다소 시드는 듯했지만 지난해부터는 다시 응시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매년 60만명이 창업에 나서면서 중국은 창업 천국으로 불리고 있지만 실상 궈카오 응시생은 그 두 배를 훌쩍 넘는 게 현실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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