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별난 골프 애착은 끊임없이 논란을 몰고 다닌다. 골프 실력을 70대타 초반이라고 주장하지만, 그와 라운딩을 한 동반자들은 트럼프의 핸디캡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고 “나이 치고는 꽤 멀리 친다”는 정도만 말한다. 그 정도 실력은 아니란 얘기다. ‘알까기’같은 속임수도 번번이 입방아에 오른다. 그린 위까지 카트를 몰고 다니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산 적도 있다. 9월에는 전용기 트랩을 오르던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가 친 공에 등을 맞고 고꾸라지는 합성영상을 리트윗해 파문을 일으켰다.
▦ 얼마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와 라운드 중 벙커에서 나뒹구는 역대급 해프닝을 연출했다. 벙커에서 공 탈출에 실패한 뒤 나오다 턱 언저리에서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는 장면은 안쓰러울 정도다. 일본의 한 방송은 “아베 총리가 벙커에서 공도 자신도 탈출하지 못했다”고 조롱했다. 아베 총리의 과도한 저자세 대미외교를 빗댄 말이기도 하다. 앞서 가던 트럼프 대통령을 서둘러 쫓아가려다 벌어진 ‘참사’로 보이는데, 그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궁금하다.
▦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 연설 중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 박성현 선수가 우승한 것을 거론하며 한국 골프를 한껏 치켜세웠다. 지켜보던 의원들이 웃음으로 화답하자 자신도 만족했는지 박수를 쳤다. 당시 중국에서 경기 중이던 박성현은 “제 이름이 나올 줄 상상도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네티즌들은 아베가 슬랩스틱 코미디까지 선보이며 골프에 정성을 들였는데, 정작 칭찬은 한국이 받았다고 촌평했다.
▦ 11일 화성에서 열린 ‘바둑대축제’에서 이창호 9단-추궈홍 주한 중국대사 대 창하오 9단-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의 페어바둑 대결이 펼쳐졌다. 야외무대와 중국의 한국대사 공관을 연결한 화상 대국이었다. 결과는 한국룰로 창하오-노영민의 반집승이었다. 애기가인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제시한 소프트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예술ㆍ문화 등 소프트파워가 강대국을 결정한다는 논리다. 다른 나라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소프트파워이자 그 나라의 국력이라는 얘기다. 미일의 골프외교처럼 한중이 바둑외교로 양국의 해빙을 앞당겼으면 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