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점령했던 이라크 북부의 한 도시에서 수백 구의 시신이 묻힌 집단 무덤이 발견됐다. IS에 맞서는 미군 주도 연합군(다국적 연합군)과 이라크 정부군은 이라크ㆍ시리아 내 IS 영토의 90%를 탈환했음에도 여전히 지도부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막바지에 다다른 전투를 쉽게 매듭짓지 못하는 모습이다.
영국 BBC방송은 11일(현지시간) 이라크군이 북부 키르쿠크주 하위자 인근에서 최소 400구의 시신이 집단 매장된 구역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약 240㎞ 떨어진 소도시 하위자는 2013년 이후 줄곧 IS의 통치 아래 있다가 지난달 이라크군에 의해 탈환됐다. 라칸 사이드 키르쿠크 주지사는 “시신이 발견된 매장지는 과거 미군 공군기지로 쓰였던 장소”라며 “IS가 이곳을 집단 처형장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매장지는 실제 IS의 횡포를 목격한 현지 주민들의 증언으로 군에 발견됐다. 희생자 중 일부는 민간인 복장이었고 나머지는 IS가 그간 처형 대상인 포로에게 입혀온 주황색 의상을 입고 있었다. 사이드 주지사는 중앙정부와 미국 측에 매장지 조사 및 시신 신원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IS가 점차 패퇴하면서 이처럼 집단 처형이 치러진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은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이라크군은 IS가 장악했던 지역에서 집단 매장지 10여곳을 발견했다고 밝혔으며, 대 IS전이 한창이던 지난해에도 이라크ㆍ시리아의 IS 점령지에서 총 5,200~1만5,000구의 시신이 묻힌 대규모 무덤 72곳이 발견됐다고 AP통신이 집계했다.
IS는 마지막 항전을 이어가며 각국 정부군 또는 다국적 연합군에 좀처럼 종전의 빌미를 주지 않고 있다.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IS는 현재까지 이라크ㆍ시리아 내 영토의 90%를 빼앗겼다. 하지만 IS의 수장이자 미국 정부가 현상금 2,500만달러(약 280억원)를 내건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의 행적은 여전히 요원하다.
마지막 10%에 해당하는 점령지에서 교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합군이 방심한 사이 IS의 반격에 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시리아 동부에 위치한 IS의 최후 거점 도시 알부카말은 앞서 9일 시리아군이 탈환한 후 이튿날 다시 40%가량이 IS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군은 알부카말 교전 중 바그다디가 최근까지 도시에 잔류해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알부카말 탈환전을 지원하기 위해 이라크군 역시 인근 국경에서 군사작전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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