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운영 빵집 지원안 강구
직업교육, 카페 설립 등 10억 지원
“카페서 일한 후 자신감 생겼다”
민관협력 대표 성공사례로 꼽혀
“아메리카노 2잔하고 카페라테 1잔 나왔습니다.”
김현아 바리스타(24)는 6년 차 베테랑 바리스타로 SPC그룹이 고용한 장애인 직원들이 운영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이하 행복카페)의 오픈 멤버다.
그는 복잡한 계산이나 매출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할 때 가끔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매장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손님에게 계절에 어울리는 메뉴 추천 등은 지적 장애 3급 장애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능숙하게 일을 잘 처리한다.
SPC그룹에서는 행복카페에서 1년 넘게 근무한 장애인 직원은 모두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김현아 바리스타도 업무 경력을 인정받아 2년차 부터 정규직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행복카페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SPC그룹과 서울시, 장애인 의료ㆍ재활을 지원하는 푸르메재단, 장애인 복지시설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이하 애덕의 집) 등이 함께 역량을 모아 운영하는 브랜드다. SPC그룹은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테리어, 설비와 자금, 직원 교육, 제품 개발 등을 지원하고 서울시는 매장 공간 마련 및 행정지원, 푸르메재단은 장애인 채용과 운영을 맡고 있다. 매장 운영 수익금은 전액 장애인 직업자활사업에 사용된다.
SPC 그룹이 행복카페를 운영하게 된 것은 애덕의 집과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지난 2011년 중증 장애인 직원들로 운영되는 애덕의 집에 대해 알게 된 뒤 “장애인들을 지원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SPC그룹은 같은 해 애덕의 집 내에 장애인 제빵교육시설인 ‘행복한 베이커리 교실’을 만들고 정기적인 장애인 직업교육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SPC그룹은 장애인들의 일자리도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행복카페 설립도 추진했다. SPC가 사업을 추진하자 2012년 푸르메재단이 지원의 손길을 내밀었고 그 이듬해에는 소외 계층 일자리 창출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던 서울시도 이 사업 지원에 나섰다.
행복카페는 현재 2012년 9월 문을 연 1호점 푸르메센터를 비롯해 서울시인재개발원, 온조대왕문화체육관, 서초구청 등 현재 7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행복카페 사업에는 제빵 전문기업인 SPC그룹의 핵심역량이 총동원되고 있다. 매장 오픈에SPC그룹 내 10개 부서가 참여할 정도다. 점포개발 부서는 매장의 입지 검토를 맡는다. 행복카페가 수익성을 갖춰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다. 아울러 인테리어팀은 점포 콘셉트와 설계를 담당하며, 구매 부서는 매장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자재를 매장 특성에 맞게 추천한다.
이밖에 각분야 전문가가 장애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 교육을 하고 디자인센터는 효과적인 제품 진열에 대해 자문을 해준다. 매장 오픈 이후에도 음료제품개발연구소에서 시즌별 음료 신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SPC식품안전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안전점검과 교육을 한다. SPC해피봉사단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조율하고 서울시, 푸르메재단과 협업을 진행하는 등 전체 프로젝트를 총괄한다. 행복점포 1개를 오픈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1억6,000만원으로 SPC그룹은 현재까지 이 사업을 위해 10억원 이상 지원했다.
SPC 관계자는 “행복카페가 수익성을 갖춘 독립 매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국 6,000여 프랜차이즈 점포를 운영하는 SPC는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있다”며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자립을 이뤄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덕의 집도 행복카페라는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행복카페가 문을 연 2012년 이후 애덕의 집 매출은 매년 5~1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장애인 직원 수도 35명에서 40여명으로 늘었다.
서울시도 민관협력을 통한 사회적 성과 창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행복카페를 꼽는다.
은신애 서울시 사회협력팀장은 “행복 카페는 지자체와 기업의 협업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매우 잘 기획된 사업으로 다른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SPC그룹은 2015년 서울시로부터 민관협력 우수기업 표창을 받기도 했다.
행복 카페는 사업 시작 후 4년여 만에 7호점까지 매장을 늘리며, 19명의 장애인과 13명의 청년, 총 32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하지만 이 카페 운영의 가장 큰 수확은 장애인 직원들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박금희 푸르메재단 국장은 “대화와 표현이 서툰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처음에는 고객들을 대하기 어려워하지만 카페에서 일하면서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된다”며 “행복 카페에서 일한 후 장애 정도가 개선됐다고 가족들이 느끼는 경우도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SPC그룹은 앞으로도 행복카페를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내년까지 10호점을 여는 것이 목표다.
임승대 SPC행복한재단 사무국장은 “행복카페를 통해 장애인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며 “행복카페에서 장애인들이 우리와 똑같이 일하며 소통하는 모습이 많아질수록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자연스럽게 사라져 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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