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가진 짧은 만남의 자리에선 북한 핵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러시아 크렘린궁이 11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APEC 행사 후 기자들에게 양국 정상 간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상세한 대화는 없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어 “그곳(한반도) 상황은 (미-러 간) 협력과 공조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푸틴의 발언, 그러나 아직 특별한 협력이 없는 데 대한 푸틴의 유감을 모두가 들었다”고 말했다. 페스코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북한 문제에 대해 ‘대화를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APEC 행사 참석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러시아와 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은 전적으로 일치한다”며 “양국은 대화를 촉구하고 있고, 최근 미국과 일본, 한국 정부에서도 협상 이외의 대안이란 없다는 이해를 뜻하는 희망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ㆍ중이 함께 제안한 북핵 문제 해결 로드맵 구상을 언급하면서 “여기엔 먼저 (당사국들이 호전적인) 발언을 멈추고, 모든 공격적인 행보를 중단하며, 최종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 등 필요한 모든 게 단계별로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APEC 정상회의 폐막 후 하노이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동승한 기자들에게 “중국에 더해 러시아도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면 그 문제(북핵 문제)는 훨씬 더 빨리 진전을 볼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협력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두 정상은 APEC 행사장에서 대화한 뒤, 시리아에 남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협력 의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냈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ㆍ미 정상의 공식적인 양자회담은 성사되지 못했으나, 그 대신 수 차례 짧은 접촉이 이뤄져 부족함이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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