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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할 순 없고… 북한, 트럼프 비난 ‘수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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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할 순 없고… 북한, 트럼프 비난 ‘수위 조절’

입력
2017.11.1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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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옥” 국회 연설 사흘 만에 공식 반응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망발이 핵 질주 떠밀어”

성명보다 격 낮은 형식… 내용 수위도 안 높아

전문가 “남은 순방 일정 행보 지켜보겠다는 뜻”

北당국자들, 美언론에 “중요한 건 말보다 행동”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에서의 이틀째 일정을 마무리한 심야 시간에 트위터에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미중 관계를 구축하기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에서의 이틀째 일정을 마무리한 심야 시간에 트위터에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미중 관계를 구축하기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북한이 사흘 간의 침묵을 깨고 공식 반응을 내놨다. 북한을 “지옥”으로 폄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중 국회 연설에 대해서다. 그러나 파국을 피하기 위해 수위를 조절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단 체면치레부터 하고 형세를 더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 행각(순방)에 나선 트럼프가 지난 5일부터 우리 주변을 돌아치고 있다”며 “우리 공화국의 자위적 핵 억제력을 빼앗아 내려는 호전광의 대결 행각이자 손아래 동맹국들의 돈주머니를 털어내어 미국 군수독점체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한 전쟁상인의 장사행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번 행각 기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의 파괴자로서의 진면모를 낱낱이 드러내 놓았으며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을 구걸하였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담화는 이어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트럼프가 지난 9월 유엔총회 마당에서 우리 공화국의 절멸이라는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댄 데 이어 이번에는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전면 거부하는 망발을 늘어놓으면서 우리 국가를 악마화하여 우리 정부와 인민을 갈라놓고 조선(북한)과 국제사회를 대치시켜보려고 꾀한 것”이라고 했다. 8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북한을 ‘교도 국가’, ‘잔혹한 체제’ 등으로 지칭한 일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담화는 또 “힘으로 평화를 지키겠다”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거론하며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지키려는 것이 우리 공화국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우리가 핵을 보유한 것은 미국의 가중되는 핵 위협 공갈과 대조선 적대시 책동으로부터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존엄,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지키기 위한 정정당당하고 불가피한 자위적 선택”이라며 핵 보유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담화는 그러면서 “트럼프와 같은 늙다리 미치광이의 망발은 결코 우리를 놀래우거나 멈춰 세우지 못하며 반대로 우리가 선택한 병진의 길이 천만번 옳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우리로 하여금 핵 무력 건설 대업 완성으로 더 빨리 질주해 나가도록 떠밀어주고 있다”고 강변했다.

북한의 이번 반응은 5~10일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한ㆍ중ㆍ일 3국 방문이 끝난 지 하루 만에, 한국 국회 연설이 이뤄진 지 사흘 만에 나온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극적 표현을 동원하며 북한 체제와 ‘최고 존엄’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신랄하게 비판한 만큼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이날 북한 반응은 형식ㆍ내용 모두 예상보다 낮은 수위다. 북한이 대외 관계 관련 사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때 가장 격이 높은 형식은 공화국 정부 성명이고, 이어 외무성 성명, 외무성 대변인 성명, 외무성 대변인 담화, 외무성 대변인과 기자와의 문답, 보도 순으로 격이 내려가는데, 이번 반응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였다. 내용ㆍ표현 역시 김 위원장이 ‘폭군’과 ‘잔혹한 독재자’ 등으로 불리며 모욕 당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렇게 거칠거나 격하지는 않다.

때문에 북한이 앞으로 얼마간 더 정세를 관망하지 않겠냐는 예측이 제기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 수위가 높았는데도 북한이 반발 수위를 조절했다는 점에서 당장 미국에 맞대응하는 대신 앞으로 남은 순방 일정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보일 행보와 정세 흐름을 더 지켜볼 공산이 크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톤 다운’이 도발 자제 신호일지 모른다는 낙관론과 추가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신중론도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언사를 외부 짐작보다 북한 당국이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 방송 CNN은 10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과 관련해 북한 당국자들이 “이미 충분히 들었던 이야기”라며 “중요한 것은 (말보다) 미국의 행동”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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