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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키즈’ 보던 아이들이 울음 터뜨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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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키즈’ 보던 아이들이 울음 터뜨리는 이유

입력
2017.11.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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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불에 타 죽는 등 자극적 장면 게시돼

동영상 접한 아이들 행동 과격해졌다는 주장도

자체 검열 허술, 부모들 잇따라 앱 삭제도

‘Mickey Mouse Baby Is in Trouble When Hiding In a Broken Toy Bin! Funny Story’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엔 디즈니 미키마우스를 모방해 만든 캐릭터가 차에 치여 피를 흘리며 죽고, 이후 귀신이 돼 무덤에서 뛰쳐나오는 등 자극적인 장면들이 잇따라 나온다.

미국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의 간호사 스테이시 번즈는 며칠 전 저녁 준비를 하다가 세 살 아들 이삭의 비명을 듣고 황급히 달려갔다. 아들은 주저 앉아 “엄마, 괴물이 나를 잡으러 와요”라며 흐느끼고 있었는데, 아들이 ‘유튜브 키즈’앱을 통해 보고 있던 동영상에는 저주 받은 인형 ‘애나벨’이 주인공 캐릭터를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주인공들이 타고 가던 차가 불에 타면서 죽는 장면이 나오는 등 자극적인 장면들이 잇따라 전개되고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맞춤 영상을 제공하는 앱 유튜브 키즈가 유해한 영상을 무분별하게 게시, 추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최근 유튜브 키즈 앱이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소재를 다룬 영상들을 추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튜브 키즈는 2015년 처음으로 출시된 모바일 앱. 미국ㆍ영국ㆍ캐나다 등 35개국에서 매주 1,100만명이 한 번 이상 이용할 정도로 인기 많은 앱이다. 하지만 부적절한 영상을 올리는 익명의 게시자는 검열을 교묘히 피하면서 유튜브 키즈에 침투한다. 영상 제목을 ‘교육’ 혹은 ‘색깔 배우기’ 등으로 달아 게시하고, 평소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들을 모방해 영상을 만든다. 친숙한 캐릭터를 보고 영상을 재생한 아이들은 무방비 상태로 이런 영상을 그대로 접하게 된다. 작가인 제임스 브리들은 “어린 아이들은 이런 영상에 매우 취약하다”며 “아이들에게 고의적으로 충격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영상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유튜브 키즈 영상 캡처.
유튜브 키즈 영상 캡처.

아이들이 유튜브에서 유해한 영상을 접하고 난 뒤 과격한 행동을 하는 일도 생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다섯 살과 여섯 살인 조카의 행동이 몇 주 만에 급격히 바뀌었다”며 “그들은 더 반항적으로 행동했고, 입에 음식을 과도하게 우겨 넣고 맹렬히 씹어 먹는 등 이전과 다른 과격한 행동들을 보였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런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키즈의 자체 검열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삭제 된 영상 중 50% 이상이 부모들이 직접 신고한 게시물이었다. 부적절한 영상들이 지속적으로 게시되면서 상당수 부모들은 앱을 삭제하고 있다. 두 자녀를 둔 미국 오클라호마주 주민 크리시 길레스는 “유튜브 키즈는 전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앱”이라며 “이렇게 큰 회사에서 자체 검열하는 사람을 두지 않았다는 건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미국 비영리단체 ‘상업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유년기를 위한 캠페인(CCFC)’ 대표 조쉬 골린은 “유튜브 키즈에 게시되는 부적절한 영상들은 오늘날 미디어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시청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이 직접 검열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혜인 인턴기자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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