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모인 마라토너들이 도로를 가득 메운 채 출발선을 힘차게 박차고 나간다. 며칠 전 발생한 테러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지만 참가자들은 의연하게 42,195km를 완주했다. 마라톤 코스 주변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건물 옥상에 저격수가 배치되고, 대테러 요원을 포함한 수백 명의 경찰과 폭발물 탐지견, 방호용 트럭 등이 투입됐다.
축제인 핼러윈데이를 맞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맨해튼 도심에서 8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를 낸 트럭돌진 테러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 당국은 ‘테러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참가선수 5만 여명과 200만 명 이상의 관중이 함께한 대규모 뉴욕마라톤대회를 진행했다.
세계 5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로 올해 47회를 맞은 이번 뉴욕마라톤대회에선 한국의 국민마라토너 이봉주(47)도 참가해 완주한 후 “끔찍한 테러를 당한 뉴욕 시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동포들과 열심히 달렸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샤레인 플래네건이 2시간 26분 53초로 1위을 차지해 여성선수로는 40년 만에 우승을 하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거리에서 응원한 뉴욕의 한 시민은 “증오 범죄는 우리를 겁나게 하지만 결국 승리하는 것은 친절과 사랑의 행동일 것”이라고 말했다. 4년 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도 테러가 발생했지만 지구촌의 마라토너와 관중들의 참가열기는 더 뜨거웠다. 이번 뉴욕마라톤 대회는 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평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신뢰를 보여줘 더 큰 의미가 있다.
홍인기 기자
정리=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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