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보수’를 하겠다며 떠났던 김무성 의원이 다시 자유한국당 품에 안겼다. 지난 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통과를 주도하며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탈당한지 11개월이 채 안된 시점이다. 그는 올해 1월 24일 바른정당 창당대회에서 다른 의원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후안무치한 패권정치, 박근혜 정부의 헌법유린과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데 사죄 드린다. 오늘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새로운 구심을 세우는 새 역사를 시작한다.” ‘석고대죄’는 김 의원의 아이디어였다.
새로운 보수, 진짜 보수를 하겠다는 그 결심은 그러나 1년도 안돼 무위로 돌아갔다. 김 의원은 복당을 결심한 주된 이유로 ‘문재인 정부 견제’를 들고 있다. “좌파 포퓰리즘 폭주를 막으려면 무조건 보수가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그 이후의 정치적 실리 만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풍찬노숙(風餐露宿)은 해보지도 않고 안온한 큰집에 다시 들어갔다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바른정당은 김 의원이 기틀을 닦은 당이다. ‘박근혜 청와대’의 압력과, 친박계의 전횡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낀 그는 새누리당을 ‘박근혜 사당’이라고 규정하고 뛰쳐나가 신당을 만들었다. 창당 때 ‘개혁 보수’를 내세웠지만 실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반문(재인)연대’ 후보로 세울 명분이 더 절실했을 터다. 이번 행보가 김 의원이 늘 강조해온 “정치는 책임”이라는 말에도 합당한지 곱씹어볼 일이다.
“죽음은 견딜 수 없으나 치욕은 견딜 수 있다”는 영화 ‘남한산성’ 속 최명길처럼 김 의원도 “모든 비난을 각오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치욕도, 비난도 무릅쓴 이 선택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보여야 할 사람도 김 의원 자신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