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트럼프 아부하기 바빴다”
시진핑은 국제적 위상 크게 높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을 무난히 치러내면서 국제적인 위상을 한껏 끌어올렸다. 일본ㆍ한국에서 연이어‘미국의 힘’을 과시하며 통상압박 등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 주석과 보낸 2박 3일 동안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인권이나 남중국해 이슈, 그리고 무역 불균형에 대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집권 2기를 시작하며 1인 천하를 구축한 시 주석의 존재감이 돋보인 셈이다. 10일 중국 관영 언론들은 시 주석 정상외교의 성과 띄우기에 바쁜 반면,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부하기 바빴다’(뉴욕타임스)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미중 정상회담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황제급 예우’와 ‘차이나머니의 힘’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시 주석의 예우와 접대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연이틀 중국의 심장부인 자금성(紫禁城)과 톈안먼(天安門)광장을 통째로 내줬고, 1949년 신중국 건국 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자금성 경내에서 만찬ㆍ연회를 경험하게 했다. 9일 국빈 환영만찬 자리엔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한 현 상무위원들뿐만 아니라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 직전 지도부까지 모두 참석시킴으로써 혈맹 이상의 의전을 선보였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에서 무기 구매를 요구하며 미군의 힘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중국에선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라며 배경에 ‘의전의 힘’이 작용했음을 지적했다. 황제급 예우로 인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실패하는 등 전반적으로 신통치 않은 외교 성과를 냈다는 분석도 뉴욕타임스(NYT) 등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이뤄진 상상을 초월한 양국간 무역협정 및 투자계약 규모(2,500억 달러)도 시 주석의 위상을 돋보이게 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천문학적인 중국의 투자 선물을 받은 후 양국 무역불균형의 타깃을 버락 오바마 전 정권으로 돌린 것을 지적하면서 “시 주석의 승리였다”고 꼬집었다. 이들 미국 매체들은 백악관이 성과로 내세운 2,500억달러짜리 선물 보따리를 ‘속 빈 강정’이라고 비판하며 시 주석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남중국해 분쟁은 의례적인 언급에 그친 반면 ‘하나의 중국’원칙을 재확인함으로써 시 주석을 미소짓게 했다는 점에서 중국 언론들은 10일 일제히 정상회담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인민일보는 1면과 2면 전체를 정상회동 소식으로 채우며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환구시보도 사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두 정상이 많은 영역에서 공통 인식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도 점차 미중간 무역 불균형이 왜 일어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시 주석이 집권 2기의 첫 손님으로 가장 껄끄러운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해서 황제급 의전으로 예우하고 천문학적인 경협 선물을 안겨준 것은 대내외적으로 위상을 높이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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