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입 농민 등과 대치끝 종료 선언
농축산단체 “공청회 다시 열어야”
정부 “의무 다해” 다음 절차 진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위해 정부가 주최한 공청회가 농축산업계의 반발로 파행을 빚었다. 미국 측의 요구로 농축산물 추가 개방 문제가 개정협상 때 논의될 것을 우려하는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데, 정부는 추가 공청회 개최 없이 남은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한미FTA 개정 관련 공청회’가 열린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민주노총 등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FTA대응 대책위원회와 한국낙농육우협회, 대한한돈협회, 대한양계협회 등 축산관련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난입해 한미FTA 개정협상 중단 및 폐기를 요구했다. 공청회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한미FTA 개정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였다.
공청회는 이날 오전 9시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의 경과 보고,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 발표가 진행됐으나, 대책위 관계자들이 난입해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오전 9시50분쯤 중단됐다. 예정됐던 통상 분야 전문가 종합토론, 질의응답 등은 무산됐고, 산업부는 “추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없다는 게 확고한 입장”이라며 농축산단체 설득에 나섰지만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결국 낮 12시쯤 공청회 종료를 선언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정부가 공청회 전에 농민들과 대화가 전혀 없었다. 농업 피해 분석을 제대로 하고 공청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통상절차법에 규정된 공청회 개최 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해 남은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FTA 등 통상 협상을 개시하려면 공청회와 경제적 타당성 검토, 조약체결 계획수립, 국회 보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의견 청취가 불가능한 상황이면 공청회를 연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남은 절차대로 한미 FTA 통상조약체결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고, 농축산업계 의견 수렴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 간담회를 열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책위는 향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국회 보고를 저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FTA 관련 공청회는 2006년 2월2일 한미FTA 체결 협상 개시 때도 농민ㆍ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정부는 당일 오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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