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모텔 욕실서 숨진 채 발견
친구 어머니 치료비 6000만원 떠안아
어머니의 암투병으로 힘들어 하는 친구를 위해 빚보증을 섰다가 수천만원의 빚을 떠안은 20대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10일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전남 여수의 한 모텔 욕실에 쓰러져 있는 A(28)씨와 B(25ㆍ여)씨가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전날 오후 6시쯤 모텔에 들어온 이들은 다음날 오후가 되도록 나오지 않고 인터폰도 받지 않자 모텔 종업원이 이상하게 여겨 신고했다.
발견 당시 A씨는 이미 숨져 있었고, B씨는 머리와 옆구리에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욕실에는 불에 탄 번개탄 2장과 연탄 1장, 휴대용 가스버너가 놓여 있었다. 이들은 인터넷사이트에서 알게 된 후 지난 7일 부산에서 처음 만나서 여수로 와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된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울산의 위험물을 취급하는 공장에서 근무하던 A씨는 어머니의 암 투병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일을 자기 일처럼 걱정하며 위로했고, 치료비 때문에 은행 대출을 받으려는 친구를 위해 보증까지 섰다.
하지만 친구 어머니는 투병 끝에 숨졌고, 희망을 잃은 친구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때문에 A씨는 친구의 죽음과 함께 6천만원이라는 큰 빚마저 떠안게 됐다. 모아놓은 돈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빚의 절반 가량을 갚았지만 아직 남은 수천만원의 빚이 A씨를 괴롭혔다. 결국 빚 때문에 고민하던 A씨는 직장을 그만 둔 채 인터넷사이트에서 알게 된 B씨와 함께 잘못된 길을 선택하게 됐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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