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총처럼 정교하게 제작돼
핼러윈 파티 시비에 경찰 조사까지
모의총기로 판정되면 징역ㆍ벌금형
장난감은 총구에 ‘칼라 고무’ 고정
손으로 뽑히면 모의총기 판단
“경찰관 손아귀 힘에 처벌 좌우”
중학생 송모(15)군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핼러윈(10월 31일) 분위기에 장난감총(M4 카빈)을 들고 군인 흉내를 내다 술에 취한 한모(33)씨에게 느닷없이 폭행을 당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2일)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가 생각났다”고 항변하는 한씨를 폭행 혐의로 곧바로 불구속 입건했다.
문제는 그 다음. 경찰이 피해자 송군 총에 시비를 걸어왔다. 진짜 총은 아니지만 범죄에 쓰일 수 있는 ‘모의총기’가 아닌지 확인하겠다고 통보했다. “돈 주고 산 장난감총”이라는 항의, “(위력을 높이려는) 개조도 안 했다”는 해명, 모두 소용 없었다.
장난감총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괜히 모의총기 불법소지자로 오해를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워낙 정교하게 장난감총이 만들어진 탓에 빚어지는 한 순간 ‘해프닝’일 수도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총기 압수는 물론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한다며 꽤나 심각하다. 총포화약법(총포·도검·화약류등의안전관리에관한법률)은 외형이 총기와 유사하고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은 모의총기를 가진 사람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일단 황당한 심경을 호소한다. 살 때는 아무 문제 없던 장난감이 어느 순간 ‘위험한 물건‘으로 의심받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장난감총 마니아 사이에서는 “장난감총이 사람 잡을 수 있으니 (특히 경찰들 앞에서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장난감과 모의총기를 가르는 애매한 기준을 탓하기도 한다. 탄환 크기나 파괴력이 장난감총 수준 이상인지가 가장 명확한 기준이겠지만, 이는 측정기구가 있어야 하는 문제. 따라서 길거리나 야외에서 경찰은 ‘이 총이 장난감인지 아닌지’ 판단하려고 ‘칼라파트(Color Parts)’의 고정 여부를 따지고 있다. 칼라파트는 장난감총 총구 등에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한 고무 등으로 만든 원색 부품이다. 손으로 뽑았을 때 이 부품이 빠지면 모의총기, 그렇지 않으면 장난감총이 된다는 것이다.
장난감총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모(41)씨는 “장난감총(M60)에 부착된 칼라파트가 쉽게 떼진다는 이유로 300만원 정도하는 총을 압류당하고 벌금도 100만원 냈다”라며 “총기가 오래 되거나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칼라파트가 느슨해지는데 이 때문에 범법자가 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칼라파트 ‘접착도’(고정 강도)에 대한 기준도 따로 없어 “경찰의 손아귀 힘에 따라 처벌이 결정된다”는 우스개도 있다. 실제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총포협회)로 경찰 등이 판별을 요청하는 모의총포 의심 총기는 한 해 2,000여정 정도인데, 이중 모의총포로 판별되는 건 5% 남짓에 불과하다.
이웅혁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일차적으로는 장난감총 소유자들이 칼라파트 부착 등을 잘 관리해야겠지만, 접착도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서 제조 단계부터 확실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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