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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조현병인데… 더 싼 약 처방 이유는

입력
2017.11.10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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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 환자 과잉진료 막으려

1977년 도입한 정액제 부작용

입원진료 환자에게 차별 계속돼

건보 환자는 행위별 수가 적용

다양한 치료ㆍ비싼 약 처방받아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의 한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의 방.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의 한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의 방. 연합뉴스

경기도의 한 정신과 병원은 똑같이 조현병으로 입원한 환자라도 ‘보호 환자’인지 ‘보험 환자’인지에 따라 약을 달리 쓴다. 보호 환자는 빈곤 등을 이유로 공공부조인 의료급여를 받는 환자를, 보험 환자는 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뜻한다. 이 병원은 보험 환자에게는 조현병 치료제로 R약을 처방하지만, 보호 환자에게는 가격이 10분의 1~20분의 1 수준인 H약을 처방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두 약은 효과는 비슷하지만 부작용은 H약이 더 많다”면서 “수지 타산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그룹 치료 역시 의료급여 환자는 지침에 정해진 최소 횟수인 주 2회만 하고, 건강보험 환자는 주 5회까지도 실시한다고 한다.

지난 2월 한 정신병원이 의료급여 환자에게만 묵은 밥을 주고 온수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등 각종 차별을 가한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밝혀져 충격을 줬지만, 이들에 대한 차별은 현재 진행형이다.

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현행 제도상 의료급여 적용을 받는 정신질환 환자는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차별을 면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신과 병원에 입원한 의료급여 환자는 하루 수가가 5만1,000원(입원 일수 90일 이하일 때)으로 정해져 있다. 진료나 약 처방 횟수와 무관하게 병원은 고정된 금액만 보상 받기 때문에, 의료 행위 별로 수가가 늘어나는 행위별 수가제가 적용되는 건강보험 환자와 진료나 식사 등에서 똑같이 대우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 병원들 전언이다.

올해 정신과 입원 환자 1인당 하루 평균 진료비 추정치를 보면 건강보험 환자는 7만6,092원, 의료급여 환자는 4만4,626원이었다. 의료급여 환자에게는 필요한 진료를 3만원어치 덜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의 이런 차별은 정신과에만 있다. 다른 진료 과목은 의료급여가 한 끼당 식대가 3,440원으로 건강보험(5,540원)보다 적다는 점을 제외하면 둘 다 행위별 수가제가 적용된다. 정신과에는 1977년 의료급여 도입 이후 계속 정액제가 적용됐다. 올 3월부터 외래 진료는 행위별 수가제가 적용됐지만, 수요가 큰 입원 진료는 여전히 정액제로 남아있다.

정신과에만 유독 정액제가 적용된 것은 일부 정신과 병원에서 오갈 곳 없는 의료급여 환자들을 돈 벌이 목적으로 장기 입원 시키는 관행이 있었고, 그 결과 전체 의료급여 예산의 20% 이상이 정신과에 투입돼 재정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기준으로 정신질환 환자 1명당 연간 입원 일수는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225일, 건강보험 환자는 133일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하지만 지난 5월30일부터는 환자 의사에 반하는 강제 입원이나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막을 수 있는 정신건강증진법이 제정되며 상황 변화가 생겼다. 미미하긴 해도 법 시행 전후 입원 환자는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전체 의료급여 환자 진료비(6조7,479억원)에서 정신과 진료비(8,744억원)가 차지하는 비율도 13%대로 과거보다 줄었다.

보건당국은 그럼에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준섭 보건복지부 기초의료보장과장은 “의료급여 환자가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문제 의식에 공감한다”면서도 “과도한 장기 입원이나 ‘회전문’(한 병원에서 퇴원해서 다른 병원에 곧장 입원) 등의 관행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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