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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색’ 붉은 넥타이, 트럼프에 양보한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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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색’ 붉은 넥타이, 트럼프에 양보한 시진핑

입력
2017.11.09 21:3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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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빨간색 맸던 시진핑

환영 행사에서 남색 착용

톈안먼광장 통째로 비우고

의장대 사열… 실시간 중계

요리사 160명 동원한 만찬

中 가정식 궁바이지딩 올라

트럼프 외손녀 영상 보여주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왼쪽) 여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9일 베이징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이 ‘복(행운)’이라고 쓴 서예 작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왼쪽) 여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9일 베이징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이 ‘복(행운)’이라고 쓴 서예 작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틀째인 9일에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황제급 환대’는 계속됐다. 전날 중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자금성(紫禁城)을 완전히 비워둔 채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맞이한 데 이어 이날에는 베이징(北京)의 심장부인 톈안먼(天安門)광장 전체를 통째로 비우고 주변도 전면통제하면서 공식 환영행사를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첫날 만찬ㆍ연회를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외국 수반에겐 처음으로 자금성 경내 ‘비밀의 방’인 건복궁(建福宮)을 열어 베풀었던 시 주석은 둘째날 만찬 행사도 전날 못지 않은 규모로 성대하게 개최했다. 주요 2개국(G2) 정상 간의 ‘특별한 회동’이라는 의미를 담고자 각별히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9시17분(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이보다 5분가량 일찍 나와 있던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 전용차가 도착하자 미소를 지으면서 ‘국빈’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지난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방중 환영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베이징=AP 연합뉴스
지난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방중 환영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베이징=AP 연합뉴스

미국 정상에 대한 중국 최고지도자의 ‘황제급 예우’는 옷차림에서도 엿보였다. 지난달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주로 자주색 계열의 넥타이를 맸던 시 주석은 이날 줄무늬 남색 넥타이를 하고 있었다. 옛날 중국 황제의 의복은 빨간색에 가까운 자주색이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전을 감안해 일부러 빨간색이나 자주색을 피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검은색 외투에 빨간색 넥타이 차림이어서 결과적으로는 시 주석이 ‘황제의 색상’을 양보한 셈이 됐다. 다만 국빈만찬 때는 호스트인 시 주석이 빨간색 넥타이를 맸고,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파란색 계열로 바꿔 착용했다.

21발의 예포 발사, 양국의 국가 연주 등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안내에 따라 레드카펫 위를 걸으며 의장대를 사열했다. 두 사람이 군악대 앞에서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평소 의장대ㆍ군악대의 퍼레이드에 관심을 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정상회담에서 “오늘 아침 의장대 환영식은 감명깊었다”며 극진한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세계가 보고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 같은 아름다움은 아무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연신 만족감을 드러냈다.

공식 일정이 끝난 뒤 오후 6시부터 진행된 국빈 환영만찬은 최소 160명의 요리사가 동원될 만큼 대규모로 진행됐다. 메뉴에는 중국 대표 가정식 요리인 궁바오지딩(宮保鷄丁)이 올랐다. 달짝지근하면서 매콤한 맛이 나는 궁바오지딩은 외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닭 육수에 계란 흰자를 넣어 끓인 뒤 닭고기를 채 썰어 올린 또 다른 가정식 요리 지더우화(鷄豆花)가 포함되는 등 식단을 전체적으로 검소하게 구성했다는 평이다. 환영만찬에선 무대의 대형스크린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손녀 아라벨라의 영상도 깜짝 등장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보여줬던 태블릿PC에 담긴 아라벨라의 중국어 노래와 한시 암송 동영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흐뭇한 표정이었고 시 주석도 내내 미소를 머금었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아라벨라의 모습 자체가 미중 간 우호ㆍ협력의 상징이 됐다.

역대 미국의 어느 대통령보다도 융숭한 대접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으로부터 ‘역사 강의’도 들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영어로 ‘금지된 도시(forbidden city)’로 불리는 자금성에 대한 시 주석의 설명에 “중국 역사가 5,000년이라고 들었다”고 답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3,000년의 기록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정정해줬다.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럼 8,000년 역사인 이집트가 더 오래됐겠다”고 응수하자 시 주석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단일문명”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그는 “우리처럼 검은 머리, 노란 피부의 사람들의 뿌리는 5,000년 전까지도 발견된다. 우리는 ‘용의 자손’이라고 스스로 부른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역사가 길지 않은 초강대국 미국을 향해 세계 4대 문명 발생지 중 한 곳인 중국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 셈이다.

이틀째 계속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황제급 대우’는 1인 지배체제를 공고히 한 시 주석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런 중국의 열정은 미국에 대한 가장 진실하면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준 것이며, 굴기(堀起ㆍ우뚝 섬) 중인 중국의 현실적 국제관을 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도 “시 주석 개인의 권위가 이미 전임자들을 넘어섰음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토니 블링큰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성대하게 대접하고 있으나,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맡아온 글로벌 리더십의 책무를 저버린다면 중국은 자신들의 가치에 따라 세계를 조직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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