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탈당파 8명이 어제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2강 1중의 3당 체제가 공식화했다. 바른정당 분열의 여진이 계속되고 국민의당 당권ㆍ비당권파 갈등도 심상찮아 정계 구도는 여전히 가변적이지만, 정국은 당분간 민주당과 한국당의 주도권 다툼 속에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3당 권력분점' 양상으로 치닫게 됐다. 3당의 정치적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고,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정치권에 또 한차례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때마침 국민 10명 중 6명이 탈당파의 한국당 복당을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돼 이들이 과연 보수대통합의 기폭제가 될지, 보수 재분열의 촉매가 될지도 관심이다.
이날 한국당 입당식에서 홍준표 대표는 당내 반발을 의식한 듯 "정치적 앙금이 남아 있지만 좌파 정부의 폭주 기관차를 막아 달라는 국민적 여망으로 다시 뭉쳤다"며 '혁신보다 통합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복당파를 대표하는 김무성 의원 역시 "생각 차이와 과거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며 보수대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정치의 무상함을 얘기했다. '돌아온 탕아' 이벤트 어디에도 감동은 없었다.
문제는 몸집을 키워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를 누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합 전 107석과 통합 후 115석은 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추가 복당으로 전체 의석의 40%인 120석을 넘기면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권의 입법독주를 원천 봉쇄할 수 있고, 민주당(121석)까지 앞서면 원내 1당이 돼 지위와 역할도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한국당의 주장처럼 문재인 정부가 폭주해 왔다면, 그것은 한국당의 몸집이 작아서가 아니라 리더십 부족과 비전 부재 탓이라는 게 올바른 진단이다. 개혁보수 운운하며 호기롭게 뛰쳐나갔다가 '온실 체질'을 벗지 못해 회군한 탈당파나, 잔꾀를 부려서라도 10%대 지지율에서 벗어나겠다는 한국당의 행태와 인식으로는 넘지 못할 벽이다.
그나마 이날 입당식이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이라는 오명을 벗고 정치적 의미를 가지려면 복당파는 한국당의 낡은 구조와 생리를 혁신하는 메기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지금처럼 몸집만 앞세워 문재인 정부의 길목을 막고 사사건건 통행세를 요구해 온 리더십은 첫 과녁이다. 홍 대표는 엊그제 "자체조사 결과 한국당 지지율이 폭발적으로 올랐다"며 자신의 방미 일정과 친박 청산을 내세웠다고 한다. 3당 체제 국회에 대한 기대보다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그의 막말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 이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