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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AT&T에 “타임워너 인수하려면 CNN 팔아라”

입력
2017.11.09 17:4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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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보도로 트럼프에 미운털

AT&T “매각 없다” 소송 불사

미국 뉴욕에 위치한 타임워너 본사. EPA 연합뉴스
미국 뉴욕에 위치한 타임워너 본사. EPA 연합뉴스

미국 행정부가 거대 통신기업 AT&T에 미디어그룹 타임워너 인수 조건으로 CNN 매각을 내걸었다. 정부 비판 보도를 자주해 CNN에 반감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최근 지난해부터 추진된 AT&T와 타임워너의 인수ㆍ합병과 관련, 타임워너의 케이블 뉴스 채널 CNN 또는 위성통신사업자 다이렉트TV를 팔아야만 합병을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AT&T 측에 통보했다. 몸집을 키우려면 CNN을 포기하라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AT&T는 미 제2의 통신사업자이고 타임워너는 CNN과 TBS, HBO, 워너브러더스 등을 소유한 종합 미디어 기업이다. 인수ㆍ합병 거래가 성사되면 미국 내 통신ㆍ방송콘텐츠 시장은 큰 폭의 재편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AT&T의 타임워너 인수가만 845억달러(94조2,7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합병 작업에 더 이상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언론은 CNN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이유로 들었다. AFP통신은 “트럼프는 CNN을 꾸준히 ‘가짜뉴스’라고 비난해 왔다”며 “정치적 보복으로 비쳐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타임워너 합병 건을 ‘나쁜 거래’로 규정하고 공공연히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법무부 반독점국도 AT&T의 타임워너 인수 계획 발표 이후 합병에 따른 독점 우려를 조사해 왔다.

AT&T는 CNN 매각을 거부하고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AT&T 최고경영자(CEO)인 랜들 스티븐슨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나는 인수ㆍ합병 과정에서 절대 CNN을 팔겠다고 제안하지 않았고, 그럴 의도도 없다”고 밝혔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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