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수비 약점 보완해 3위 올라

대체 외국인 선수 브랜든 브라운(32)은 남자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복덩이’로 통한다. 개막 5경기에서 1승4패로 처졌던 전자랜드는 아넷 몰트리(27)를 초반에 퇴출하고 브라운을 영입했다. 브라운이 합류한 뒤 팀 성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8일 현재 단숨에 3위까지 뛰어올랐다.
브라운은 지난 7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외면을 당했다. 신장 측정 당시 193.9㎝로 장신 선수로 분류되는 193㎝를 ‘살짝’ 넘었다. 기량만 볼 때는 충분히 1라운드 지명도 가능했다. 문경은 서울 SK 감독은 “키가 조금만 작았다면 무조건 1순위였다”고 했고,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키에 비해 팔이 엄청 길다”고 말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교체 카드를 꺼내기 전 브라운의 (작은)키 때문에 고민하다가 결국 택했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브라운은 6경기에서 평균 22.7점을 넣고 11.8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작은 키는 221㎝에 달하는 양팔 길이로 보완했다. 또 단단한 체구로 전쟁 같은 골 밑에서 상대에게 밀리지 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브라운은 지난 3일 SK전에서 25점 13리바운드로 선두를 잡았고, 8일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선 24점 17리바운드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KGC인삼공사전은 지난 시즌 통합 우승 주역 오세근과 데이비드 사이먼이 버티는 골 밑에서 브라운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브라운의 모습은 프로농구 초창기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혔던 조니 맥도웰을 떠올린다. 맥도웰은 190.5㎝의 작은 키에도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인사이드를 장악했다. 맥도웰이 전성기를 보냈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대전 현대(현 전주 KCC)는 정규리그 3연패와 두 차례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시즌 전자랜드는 ‘만수’ 유재학 감독이 찍은 우승 후보다. 항상 다크호스로만 꼽혔지만 유 감독은 “포지션 별로 좋은 선수들을 많이 모았다”며 “다른 팀들은 약점이 한 가지씩 보였는데, 전자랜드는 안 보였다”고 평가했다. 전자랜드는 초반 높이와 수비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복덩이’ 브라운이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강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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