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 추정
수중조사 실시 문화재 지정 추진

2차 세계대전 당시 제주 인근 바다에 침몰한 일본 군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제주도는 민간업체에 의뢰해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 인근 비양도 앞 해상에 수장된 일본 군함에 대한 수중 조사를 실시한다고 9일 밝혔다.
도는 다음주부터 수중 조사를 실시해 일본 군함이 침몰한 정확한 위치와 보존 상태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주도문화재위원회 의견을 첨부해 문화재청에 수중매장문화재로 신고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현지 조사와 전문가 심의 등을 거쳐 최종 문화재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동안 인근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비양도 해상에 일본 군함이 침몰했다는 이야기만 전해져 왔고 실제 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2015년 제주지역 한 방송사가 협재해수욕장에서 900m 떨어진 수심 11m 아래에서 일본 군함 촬영에 성공하면서 70여년만에 처음으로 존재 여부가 확인됐지만 이후 공식적인 조사나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향토사학자인 김찬흡 선생의 고증으로 2007년 5월 북제주문화원이 협재해수욕장에 세운 비석에는 군함 침몰 시기는 태평양 전쟁이 진행 중인 1945년 4월 14일 새벽으로 나와 있다. 비석 내용을 보면 협재해수욕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비양도 남쪽에 정박하려던 일본 군함 3척이 미군 잠수함의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 당시 군함에 승선 중인 664명 가운데 160명만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주민들이 해변으로 떠내려 온 일본군 시신을 수습하고 생존자를 구조했다. 당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일본군과 유족들은 몇년마다 이곳을 찾아 위령제를 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주민들은 이번 수중조사를 계기로 당시 주민들의 선행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일본 군함을 4ㆍ3유적지나 일제군사기지였던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 비행장과 같은 다크투어리즘(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ㆍ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 명소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일본 군함이 존재해도 수장 후 70여 년이 지난 만큼 바닷물의 강한 부식작용으로 외형이 크게 훼손돼 문화재 지정이나 관광자원 활용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시간이 많이 흘러 군함의 상태가 얼마나 잘 보존돼 있을지는 조사 결과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보존 상태에 따라 수중문화재 지정 등 추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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