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삼대
아오키 오사무 지음ㆍ길윤형 옮김
서해문집 발행ㆍ336쪽ㆍ1만5,000원
아베 신조 총리라 하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쇼와의 요괴라 불린 극우정치인 기시 노부스케를 떠올린다.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라서다. 그런데 기자 출신 작가 아오키 오사무가 쓴 이 책은 기시 말고 아베 총리의 친할아버지 아베 간, 그리고 아버지 아베 신타로에게 주목한다. 아베 간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평화를 내걸었던 인물이었다. 반대편에 서있었지만 기시도 아베 간을 좋아했다. 딸을 아베 집안에 준 것도 “아베 간의 아들이라면 더 볼 것도 없다”고 판단해서다. 아베 신타로 역시 ‘기시의 사위’이기 보다는 ‘아베 간의 아들’임을 내세웠다. 이어 저자는 주변 인물 인터뷰를 통해서 아베 신조가 어떤 이념이 있는 인물이라기보다는 명문가에 있는 평범한 도련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이면은 짐작된다. 기시 외손주 노릇 그만하고 아베 가문 본연의 모습, 균형감 있는 보수로 돌아오라는 얘기일 게다. 하지만 때론 본연의 모습보다 비쳐지고 싶은 모습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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