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내 주점 밀집지였던 방학천 일대가 청년 예술가들이 입주한 ‘한글문화거리’로 탈바꿈했다.
서울 도봉구는 폐업 유흥업소를 임대해 주민 커뮤니티 공간과 청년 예술가 공방으로 리모델링했다고 9일 밝혔다. 예산 4억1,800만원을 투입한 도시재생사업이다.
방학천 주변 도봉로 143길 18 일대 300m는 퇴폐 유흥업소 31곳이 지난 20여년간 영업을 이어와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구는 지난해 4월 단속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도봉경찰서, 서울시북부교육지원청,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과 함께 ‘유흥음식점 이용 근절 캠페인’을 벌였고 지난해 8월부터는 야간 단속에도 나섰다. 이에 따라 31곳 중 현재 남은 업소는 1곳이며 이곳도 오는 15일 폐업하고 카페로 바뀔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구는 영업주의 전업과 구직을 도왔다. 전업 희망자에게 창업 교육과 자금 신청을 안내하고 구직 희망자는 도봉구 일자리센터 구직 등록과 직업훈련이 가능하게 했다.
도봉구가 임대한 폐업 유흥업소 15곳 중 2곳은 주민 커뮤니티 공간인 ‘방학생활’로 바뀐다. 나머지 공간은 청년 예술가 작업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구는 청년 입주 작가를 두 차례에 걸쳐 모집해 4곳은 입주를 마쳤다. 나머지 9곳도 이달 중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작가를 들일 예정이다. 거리 이름은 한글창제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세종대왕의 둘째 딸 정의공주 묘와 훈민정음 해례본을 지켜낸 간송 전형필 선생 가옥, 김수영문학관 등 한글 관련 문화자원에서 모티프를 따 ‘한글문화거리’로 정했다.
구는 칠보공예, 목공예, 캐릭터디자인, 판화디자인, 반려동물가구, 창작미술, 도자기공예, 가죽팝아트, 유리공예 등 분야의 입주 작가들에게 최대 1,780만원의 리모델링 비용과 물품구매비용 620만원, 6개월 간 임차료(월 최대 50만원) 등을 지원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임대료를 ㎡당 1만6,000원으로 5년간 동결하기로 건물주와 합의했다. 방학천 주변 벽에 밝은 색깔 벽화가 더해지고 야간 조명이 설치되는 등 어두침침했던 거리 디자인도 확 달라진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유흥업소 밀집 지역이었던 방학천 일대가 한글문화거리 조성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청년 작가들을 위한 문화거리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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