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체만 빼고 항아리에 갇힌 남자가 암벽 등반용 망치를 들고 열심히 산을 오른다. 빌딩을 타고 폐 가구가 쌓인 협곡을 지나면서 깎아지른 기암괴석까지 등반한다. 왜 남성이 항아리에 갇혔는지는 모른다. 아마 자기 자신도 모를 것이다.
이 난해한 게임의 제목은 ‘게팅 오버 잇 위드 베넷 포디(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 말 그대로 온갖 역경을 극복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10월 미국의 인디 게임 프로그래머인 베넷 포디가 개발했다.
‘게팅 오버 잇’은 국내에선 ‘항아리 게임’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항아리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주인공 모습이 인상적이란 평이다. ‘게팅 오버 잇’은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역대급’ 난이도 때문이다. 한 국내 유명 게임 개인방송 진행자(BJ)가 20시간 넘게 사투를 벌였지만 결국 게임 진행을 포기했다.
‘게팅 오버 잇’의 조작법은 단순하다.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주인공의 망치를 게임 속 지형지물에 걸친다. 이어 높이뛰기처럼 반동을 일으켜 뛰어오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생각처럼 쉬운 건 아니다. 잘못 걸쳤다가는 산 아래로 떨어지기 일쑤고,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포디는 ‘게팅 오버 잇’ 홍보 영상에서 “게이머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좌절감’을 주는 게 게임의 목적인 셈이다.
포디는 지난 1월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좌절감의 11가지 특징’이라는 글에서 인간에게 좌절감을 줄 수 있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꼽았다.
포디는 또 몇몇 고전 명작 게임을 예로 들면서 좋은 게임에는 게이머의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게임의 난이도를 높여 게이머로부터 ‘도전 의식’이 생기게 만들어야 게이머를 게임에 복종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게이머는 많다. 지난 6일 한 해외 게임 유튜버는 3분13초 만에 ‘게팅 오버 잇’을 깨는 영상을 공개했다. 게임을 다 깨면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린다. 게임을 깬 사람만 입장 가능한 비공개 채팅방에 들어갈 자격이 주어지는 것. 당신의 정신력을 시험해 해보고 싶다면 이 게임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게팅 오버 잇’은 인디 게임 판매 사이트 ‘험블 번들’에서 유료로 구매 가능하다. 스팀에는 다음달 7일 출시된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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