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악재 발언 다시 조롱
당선 기여한 ‘행운의 단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아 경쟁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다시 조롱했다.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길에 올라 중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모든 ‘개탄스러운(Deplorable) 사람들’과 선거인단 득표에서 304(트럼프) 대 227(클린턴)의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준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며 당선 1주년을 자축했다.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티븐 밀러 등 보좌진들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웃는 모습의 사진도 첨부했다.
그가 언급한 ‘개탄스러운 사람들'은 지난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지지층을 비난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 그는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성 수자 기부 행사에서 “극히 일반적인 관점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절반을 개탄스러운 집단(Basket of deplorables)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들은 인종과 성차별주의자들이며 동성애, 외국인, 이슬람혐오 성향을 띤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의 차별주의를 강조하려는 목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클린턴에게는 엄청난 악재가 됐다. 트럼프 지지자들만 똘똘 뭉치게 해 클린턴의 패배로 이어진 것. 일간 워싱턴포스트 설문조사에서 클린턴의 대선 기간 발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로 꼽혔을 정도로 역풍은 거셌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하는 이 말을 오히려 '행운의 문구’로 여기고 있다. 그는 올해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개탄스럽다”고 하자 “대단히 감사하다. 문 대통령이 이 단어를 사용한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고 반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 1주년에 이 단어를 꺼낸 것은 여전히 클린턴에 적대적 감정을 품고 있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스캔들’로 궁지에 몰리자 클린턴 대선캠프의 ‘러시아 X파일’ 관련 불법 행위도 수사하라고 사법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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