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기출문제 겹치면 안돼
시간 쫓겨 난이도 조율하며 실수
연계율 70% EBS 교재 틀리기도
청와대에 “안전장치 마련” 청원
최근 4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출제 오류가 없었던 건 2016학년도 단 한 해뿐이었다. 2014, 15, 그리고 17학년도에도 오류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은 올초 검증 강화책을 내놓았지만 9월 모의평가에서 다시 한번 문제가 발생하면서 비상등이 켜진 상황. 2018학년도 수능(16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번에는 수능 오류를 비껴갈 수 있을지 교육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합숙에 돌입한 700여명의 수능 출제ㆍ검토위원 및 지원 인력이 현재 주요 작업을 마치고 출제 근거 자료 작성 등 막바지 업무를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수능 및 모의평가에서 출제 오류가 반복된 만큼 이번 합숙 기간에는 오류 방지를 위한 문제 검증 작업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평가원의 설명이다.
앞서 평가원은 잇따른 수능 오류 사태가 빚어지자 지난 3월 ‘수능 출제 오류 개선ㆍ보완 방안’을 발표하면서 ▦8명 안팎의 검토지원단 구성 ▦오답지 근거 사실 확인 필수화 ▦오류 유형ㆍ원인 교육 등을 통해 6월 모의고사부터 강화된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능 전 마지막으로 치러진 올해 9월 모의평가에서 지구과학Ⅰ(복수정답 인정)ㆍ직업탐구영역 기초제도(정답 변경) 과목에서 또다시 오류가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출제ㆍ검토에 참여했던 위원들은 1994학년도 수능부터 24년 간 이어져 온 시험의 기출문제를 모두 피해야 하는 데다, 제한된 기간에 난도 조절까지 해야 해 막바지까지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위원들은 35~40일 정도의 기간 동안 합숙하는데, 시험지 인쇄소 전달 및 출력 기간을 제외하고 출제에만 매진하는 날은 절반 안팎인 17~19일 정도라고 한다. 이 기간 8개 영역 41개 과목 내 1,000개에 달하는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 출제위원을 지낸 한 대학 A교수는 “마감 직전까지 서둘러 과목 별 난도 조정을 하다 보면 단어나 문장 사용 등에서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여전히 70% 연계율을 유지하고 있는 EBS 교재의 자체 오류도 문제로 꼽힌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EBS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EBS 교재 오류는 총 1,012건에 달했다. 출제위원 출신 대학 교수 B씨는 “EBS 교재는 출제 과정 상 수능만큼 엄격한 검증 절차가 없기 때문에 수능 문제를 만드는 과정서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수능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은 ‘문제가 오류로 예상되는 경우 대처법’ 등도 공유한다. 서울 양천구의 한 학원강사는 “출제 오류가 나도 시험장에선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기 때문에, 학원에선 빈칸으로 남겨두거나 복수 정답을 찍지 말고 가장 옳다고 생각되는 답 1개만 선택하라고 일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자신을 윤리 교사라고 밝힌 한 시민이 ‘반복되는 수능 오류로 평가원과 소송까지 벌이며 학생들이 고액 소송비를 감당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청원을 게재하기도 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