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면 사람도 자란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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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우면 사람도 자란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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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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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히끄네 집’으로 ‘야옹서가’ 문 연 고경원 대표

'히끄네 집'을 시작으로 고양이 전문 출판사 '야옹서적’의 포문을 연 고경원 대표가 고양이 손짓을 해 보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고양이 책만 내서 대체 어떻게 먹고 살 거냐고 저보다 주변에서 더 걱정해주세요. 하지만 제 나름의 기획이 있으니 지켜봐 주세요.”

‘히끄네 집’으로 출판계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출판사 ‘야옹서가’의 고경원 대표와 지난 6일 마주앉았다. 회사 이름에다 ‘야옹’을 박아둔 건 고양이 책만 내겠다는 결의 같은 것이다.

요즘 출판계 트렌드 중 하나는 ‘고양이 에세이’다. 이전까지 고양이 책이라면 키우는 법을 다룬 실용서적이나 ‘100만번 산 고양이’(비룡소)처럼 고양이를 소재로 한 동화 정도였다. 그러나 독립적이고 우아해서 ‘밀당’하는 재미가 있다는 고양이를 키우고,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고양이를 소재로 한 에세이들이 매주마다 쏟아진다. ‘독설가’ 이미지가 강한 미학자 진중권도 자신의 고양이 ‘루비’ 얘기를 담은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천년의상상)를 내놓기도 했다.

고 대표가 내놓은 ‘히끄네 집’ 역시 제주 오조리에 정착해 민박집을 하는 이신아 작가가 우연히 길냥이 ‘히끄’(희끄무레하다는 뜻)와 만나 ‘히끄 아부지’로 살아가는 얘기를 담은 사진 에세이다. 히끄는 이미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10만명에 이르는, 애묘(愛描)계의 스타다. 덕분에 지난달 21일 예약을 받기 시작하자마자 20~30대 여성들의 절대적 지지 속에 교보문고 인터넷 판매에서는 1위를 차지했고, 10월 마지막 주엔 고양이 책으로는 처음 주간 종합베스트셀러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제주도 바닷가에서 함께 한 히끄와 히끄 아부지. 엄마 자리를 뺏을 수 없어 아버지를 자처한 이신아씨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여성이다. 이씨는 이 사진에다 이런 해시태그를 달았다. #뒷모습보여줬는데_남자라고한사람나와 #그게바로 #등발좋은여자의길. 야옹서가 제공

고 대표가 기쁜 건 판매 수치 못지않게 내용에 대한 반응이다.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울다 웃으며 봤다’거나 ‘히끄와 히끄 아부지가 함께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고양이를 키움으로써 고양이뿐 아니라 사람도 변해 간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던 기획 의도가 맞아떨어진 거지요.” 고양이 에세이에는 ‘귀여운 고양이’ ‘불쌍한 길냥이’를 넘어선 얘기가 담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책에선 공부도, 연애도, 취직도 지리멸렬한 스스로가 싫어서 제주로 도피성 여행을 떠났다가 히끄를 키우면서 스스로를 다듬어 나가는 저자의 모습이 간간히 비친다.

고양이 전문 출판사를 결심한 건 당연히 고 대표도 고양이를 좋아해서다. 2002년 길냥이 사진을 찍기 시작해 잡지사 기자 일을 하면서 꾸준히 고양이에 대한 자료 수집, 취재, 촬영을 병행했다.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아트북스)를 비롯, 지금까지 직접 써낸 책도 5권 정도 된다. 10년 넘게 천착해온 주제다 보니 ‘아이템’에 대한 걱정은 없다.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자라는 ‘고양이 에세이’가 그중 하나라면, 스웨덴^프랑스 등 비교적 낯선 해외 고양이 문화를 소개해 보고 싶다. 관광과의 연계도 있다. 탄광에서 고양이 마을로 변신한 대만의 허우통, 다양한 고양이 제품을 선보이는 일본 도쿄의 야나카긴자가 모델이다. 고양이를 소재로 작업하는 미술가, 공예가들도 알리고 싶다. ‘고양이 골목’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국내 여러 곳에 대한 취재도 진행 중이다.

야옹서가 고경원 대표의 사인.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특별히 개발한 사인"이라며 웃었다.

‘커플’ 고양이 얘기도 있다. “연인 관계뿐 아니라 형제, 자매 고양이들 얘기도 있는데, 아무래도 고양이끼리의 세밀한 감정 표현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 귀띔했다. 고양이와 육아를 병행하는 문제에 대한 책도 내볼 생각이다. ‘임신’ 판정이 나오자마자 시어머니, 혹은 친정어머니가 하는 첫 작업은 ‘고양이 제거’다. 털이나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의학적 근거가 담긴 반론을 책으로 내놓고 싶다.

고 대표가 키우는 고양이는 딱 두 마리다. 두 마리 다 길냥이를 잠시 돌보다 정 들어서 입양한 케이스다. 의외로 적게 키운다는 말에 고 대표의 대답은 이랬다. “고양이 수명을 보통 15년 정도로 잡거든요.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15년간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아기를 돌봐야 한다는 뜻이에요. 감당해낼 수 있는 경제력, 책임감, 체력이 있어야죠.”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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