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불법 선거운동 혐의(공직선거법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19대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투표독려 행사에서 당시 문 후보의 선거운동을 한 혐의다. 공직선거법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투표참여 권유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에 이어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검찰 수사대상에 오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문제가 된 행사는 대선을 사흘 앞둔 5월 6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열린 ‘프리허그’ 다. 문 후보가 사전투표율이 25%를 넘으면 홍대 거리에서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으로, 제3의 기관이 주최한 투표독려 행사에서 함께 이뤄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탁 행정관이 문 후보의 육성연설이 포함된 2012년 대선 로고송 음원을 튼 것이 발단이 됐다. 선관위에 신고되지 않은 스피커로 선거운동과 관련된 음원을 송출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선거운동 성격이 아닌 행사에서 특정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했다면 명백한 선거법 위반으로 시비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사건은 서울시선관위가 행사 직후인 지난 5월 8일 검찰에 고발했던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에야 탁 행정관을 소환 조사해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사흘 앞둔 지난 6일 기소했다. 공소시효가 6개월인 선거법은 신속히 수사한다는 게 검찰의 일관된 방침이다. 그것도 서울시선관위가 기초적 조사를 끝낸 사안이라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막판에 쫓기듯 탁 행정관을 조사하고 기소했으니, 뒷말이 나올 만하다.
전 수석 사건을 놓고도 검찰의 적폐수사 논란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에 탁 행정관 기소까지 겹치니 세간의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행여 현 정권 사건을 연이어 터뜨려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의도라면 그 또한 정치적 논란을 피할 길이 없다. 검찰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오로지 사실 관계와 위법 여부만 따져야 한다. 청와대는 전 수석과 탁 행정관 기소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청와대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과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국민이 분명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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