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17 사회조사 결과’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열심히 일하면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계층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런 사실이 통계로 확인된 만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서둘러 계층사다리를 복원해 누구든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믿음이 퍼져 나가게 해야 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자식 세대가 열심히 노력하면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29.5%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불과 8년 전만해도 48.2%였다. 노력을 통해 자신의 세대에서 사회ㆍ경제적 지위를 끌어올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부정적 대답이 65.0%로 2015년 실시된 직전 조사에 비해 2%포인트 늘었다. 특히 한창 일할 30대는 이 비율이 71.2%나 된다. 이 정도면 이른바 ‘수저계급론’의 고착화를 의심할 만하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에 따라 한사람의 삶이 좌우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면, 스스로의 노력에 의미를 둘 수 있는 사람이 그만큼 줄었다는 게 된다.
그런 인식을 구체적 현실이 뒷받침하고 있다면 더욱 큰 문제다. 최근 강원랜드, 금융감독원, 우리은행 등에서 잇따른 인사청탁 비리는 수저계급론을 막연한 과장이나 오해로 치부하기 어렵게 했다. 이런 사회에서 진취성과 역동성, 공동체 정신의 발휘와 약자에 대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움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실제로 이번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기부를 하거나 자원봉사 활동에 참가한 비율 모두 전년에 비해 줄었다. 청소년과 청년이 안정성이 높은 국가기관이나 공기업 취업을 선호한다는 대답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 이행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했다고는 해도, 날이 갈수록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각한 양상임을 드러낸다.
통계청의 사회조사는 어디까지나 정책에 반영할 구체적 자료 확보에 있는 만큼,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뚜렷이 확인된 계층 고착화를 완화할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머뭇거리고 있다가는 기성체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언제 폭발적으로 분출할지 모른다. 굳이 사회정의라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그런 압력을 해소해 사회적 안정을 지키자는 실용적 이유에서라도 계층 상승 및 근로 의욕을 부추길 다양한 정책수단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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