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간의 대장정을 위해 마련된 행사장 규모를 보더라도 베트남 당국이 이 행사에 얼마나 큰 공을 들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호찌민시의 ‘시청 광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응우옌 후에(Nguyen Hue) 거리를 11일 동안 주최 측에 내준 것이 대표적이다.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의 이영석(50) 글로벌협력 단장은 8일 “호찌민시 측에서 ‘통 크게’ 제공한 응우옌 후에 거리 광장은 베트남인들에게 자긍심의 공간”이라며 “이를 열흘 이상 한 행사에 내준 것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응우옌 후에 거리는 지난 2015년, 베트남전 종전 40주년을 맞아 광화문 광장을 벤치마킹해 조성됐다. 호찌민시 인민위원회(시청) 청사 정면에 위치한 폭 30m, 길이 700m의 공간이다. 편하게 걸으면서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감상할 수 있어 필수 관광 코스다. 일본이 해마다 베트남에서 개최하는 ‘재팬 페스티벌’을 이곳에서 열기를 희망했지만 그 뜻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모의 행사를 위해 베트남은 9ㆍ23공원도 행사 기간 내내 통째로 내줬다. 1975년 통일 이전까지 기차역이 있던 공간이었지만, 이후 역이 시내 북쪽으로 옮겨가면서 공원으로 자리 잡은 뒤 서울의 ‘홍대 앞’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베트남의 독립ㆍ통일 영웅, 호찌민이 프랑스에 대해 조국 항전의 날을 선포하고 전쟁에 돌입한 날(1945년 9월23일)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단장은 “특히 이 공원에서 단발성 문화 공연들이 자주 이뤄지고 무대 등 간이 시설물들의 설치와 해체가 반복되어 왔다”라며 “하지만 이번 행사를 위해 마련된 장비와 시설은 이곳에서 보기 드물게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완성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다”고 했다.
행사를 앞두고 시내 곳곳에 걸린 홍보물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모로 많다. 이 단장은 “지난 9월 말부터 이날까지 1,856개의 배너가 내걸렸다”며 “엑스포 개막 직전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홍보 배너도 이렇게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이 이번 행사 홍보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베트남은 옥외 배너를 15일 이상 걸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15일, 15일, 10일씩, 나눠서 행사가 끝나는 내달 초까지 총 40일간 걸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 단장은 “베트남이 자리를 내줬다고 해서 이 공간을 온통 한국색으로 물들이라고 허가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오해”라며 “양국 문화를 중심으로, 다른 30개국 참가팀들의 다양한 문화 행사들이 같이 조명받을 수 있도록, 또 이를 통해 화합의 장이 되는 엑스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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